지난달 10일 서울 한 시중은행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재직증명서·급여명세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온갖 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가 간소화된다. 감사원은 국민들이 금융 거래 과정에서 잘못된 제도나 관행으로 불편을 겪는 사례가 없는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계좌 개설에 관한 규제가 지나치게 확대됐다고 보고 금융감독원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2일 밝혔다.

정부는 대포통장(명의 도용 통장)이 개설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은행들이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 가운데 고위험군을 선별해서 증빙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미성년자, 한달에 2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 국내에 주민등록을 하지 않고 여권만 소지하고 있는 외국인 등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은행들이 일부 ‘VIP’ 고객을 제외한 모든 고객에게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요구하는 자료도 은행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일반은행은 계좌 개설 시 재직증명서, 근로계약서, 고용주 사업자등록증,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급여명세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을 요구하는 반면,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은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와 근로계약서, 고용주 사업자등록증만을 요구한다. 이런 자료를 다 내지 않으면 인출 한도를 30만~100만원으로 제한하는 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감사원의 요구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권과의 협의를 통해 고객에게 요구하는 증빙 자료를 줄이는 가이드라인을 오는 6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거동이 불편한 예금주가 자기 예금을 병원비로 쓰기 위해 인출하는 절차도 개선된다. 현재는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 대리인이 은행에 신청하면 은행이 병원비를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할 수 있게 돼 있다. 환자가 의식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가 지정한 대리인이 은행을 방문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가 아무리 거동이 어려워도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또 은행마다 대리인을 통해 병원비를 인출·이체할 수 있는 범위가 제각각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은 은행권과 협의해, 환자의 의식 유무 및 대리인 유무에 따라 병원비 지급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이달 중으로 마련하고, 은행권에 공통으로 적용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