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5조6440억원을 투입했으나, 데이터 생산에만 집중하고 유통과 활용을 위한 투자를 소홀히 해 대다수 데이터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28일 공개한 ‘데이터 개방 및 활용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부터 ‘데이터 활용을 통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여러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정책을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 6월 ‘데이터 산업 활성화 전략’을 발표해, 산업별로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개방하며 민간 주도 데이터 거래소가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듬해 12월에는 행정안전부가 ‘공공 데이터 제공 및 이용 활성화 기본 계획’을 발표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개방을 확대하고, 데이터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2020년 7월)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2021년 2월)도 각각 데이터 개방과 데이터 플랫폼·거래소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첫 계획이 나온 이듬해인 2019년부터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감사원이 파악한 결과, 47개 정부 기관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717개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6004억원이 투입됐으나, 2020년부터 예산 규모가 매년 1조원을 넘기기 시작해, 2020년 1조2774억원, 2021년 1조7587억원, 2022년 2조75억원 등 4년간 5조644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정부가 이 사업들 간에 우선순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한 결과, 데이터 생산·유통·활용 가운데 생산 분야에만 예산이 집중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데이터 생산에만 4년간 전체 예산의 절반인 2조7678억원(49.0%)이 투입됐고, 데이터 유통(1조7566억원·31.1%)과 활용(1조1196억원·19.9%)에는 이보다 적은 예산이 투입됐다. 특히 ‘데이터 활용 전문 인력 양성’은 전문가들이 투자가 중요하고 시급한 분야라고 진단했음에도, 전체 데이터 경제 활성화 예산 가운데 1.2%만 배정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정책도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부터 ‘빅데이터 플랫폼 및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작 이 사업에 따라 각 공공기관이 구축한 빅데이터 플랫폼에 등록된 공공 데이터 3223건 가운데 407건(12.6%)만이 공공 데이터 포털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데이터 포털에 접속해 공공 데이터를 찾는 이용자들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데이터가 쌓여 있는 것이다.
또 행정안전부가 2018년 조사한 결과, 784개 공공기관이 41만9525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만8400종만이 개방돼 있고, 나머지 39만1125종 가운데 27만6924종은 정보공개법상 공개할 수 없는 정보로 분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공공기관들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로 분류된 데이터 11만4201종을 토대로 2309가지 자료를 만들어 공개하게 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공개할 수 없는 정보로 분류된 27만6924종 가운데에서도 일정한 처리를 거쳐 공개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공공 데이터 포털에 접속해 공공 데이터를 제공해달라고 정부나 공공기관에 신청한 경우는 4만184건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1만6419건만 신청이 받아들여저 데이터가 제공됐다. 1만1268건은 신청이 중도에 취소됐고, 1만2497건은 신청이 반려되거나 거부됐다.
감사원이 공공기관들이 어떤 이유로 공공 데이터 제공 신청을 반려하거나 거부했는지 확인해본 결과, 일부 기관들은 6890건에 대해서는 ‘해당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기관은 우리가 아니라 다른 기관’이라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절차법에 따르면 각 기관은 자기 관할이 아닌 사안을 접수한 경우 해당 사안을 관할 기관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신청을 반려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각 공공기관이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를 목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이 해당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이 어디인지를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171건은 공공기관들이 ‘데이터 제공 신청이 아니라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신청을 반려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공공 데이터 형식으로 보유되는 정보는 정보 공개 청구 절차뿐 아니라 공공 데이터 제공 절차를 통해서도 공개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정보 공개 청구 대상이라는 이유로 신청을 반려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서로 동일한 항목의 데이터를 제공해달라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한 경우, 어느 지자체는 제공해주고 어느 지자체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며 제공을 거부하고 있는 등 데이터 제공에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2021년까지 진행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1차 사업’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 사업을 통해 각 공공기관에 10개 플랫폼을 구축했으나, 이 플랫폼을 통해서 어떤 융합 데이터도 생산되지 않았고, 플랫폼을 통해서 데이터가 유료로 거래된 실적도 222억여원에 그쳤다. 반면 10개 플랫폼 구축에 들어간 예산은 1488억원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