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의원들에게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상설 특검안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상설 특검도 조만간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이 특검안은 민주당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법률로 통과시킨 내란·김건희·채 해병 일반 특검과는 별도의 상설 특검이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권 초반에 윤석열 정권 관련 의혹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사용 가능한 ‘특검 카드’를 모두 쓰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9일 MBC라디오에서 최근 이 대통령과 나눈 대화라며 “상설 특검에 마약 특검이 있다. 이것은 빠르게 저희가 요청하고 또 (이 대통령이) 상설 특검을 임명해서 진행해야 한다, 이런 말씀도 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대표 시절 지도부에 있었던 의원들을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하면서 이런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상설 특검 필요성을 언급하고, 여당 의원이 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 의원이 말한 ‘마약 특검’은 윤석열 정부 때 불거진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상설 특검안을 말한다. 이 의혹은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세관 직원들의 마약 사건 연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 고위 간부의 외압이 있었고, 그 외압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시작됐다는 내용이다. 여권은 “이 의혹의 배후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인 이종호씨가 있고, 이씨 배후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작년 8월 이 의혹을 조사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결국 상설 특검안이 발의돼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상설 특검 후보추천위도 꾸려졌다. 절차대로 진행됐다면 대통령의 의뢰로 후보추천위가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임명해야 했다. 그런데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보 추천을 의뢰하지 않아 지금까지 상설 특검이 임명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후보 추천 의뢰 등 상설 특검 선정 절차를 밟겠다는 뜻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회에서 통과시킨 3특검이나 경찰·검찰 수사 등으로도 규명할 수 있는 사안인데 굳이 상설특검을 가동해야 하느냐”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