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세웠다. 다만 선거 막판 범보수층이 결집해 과반 득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결과는 이 대통령의 여유 있는 승리였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득표율 합은 50%에 육박했다. 보수·진보 5대5 구도가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개표 결과 이 대통령은 득표율 49.42%, 김문수 후보는 41.15%, 이준석 후보는 8.34%를 기록했다. 이 대통령과 2위 김 후보의 득표율 차는 8.27%포인트(289만1874표)였다. 그런데 범보수 진영의 김문수·이준석 후보 득표율 합은 49.49%로, 이 대통령 득표율보다 0.07%포인트 앞섰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득표율(0.98%)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수·진보가 ‘5대5’로 팽팽히 맞선 구도가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셈이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 심판 성격이 강했지만, 동시에 이 대통령에 대한 보수 진영의 견제 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이번 대선에선 한국 유권자 지형의 동서 분할 구도도 뚜렷이 확인됐다. 이 대통령은 서울·경기·충청·호남 등 서부권에서, 김문수 후보는 강원·영남 등 동부권에서 우위를 보였다. 3년 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과 충청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졌지만, 이번에 우세를 보였다.

각각 ‘텃밭’에서는 절대 우세가 변함없었다. 이 대통령은 전남(85.87%), 광주(84.77%), 전북(82.65%)에서 80% 넘는 득표율로 확고한 우위를 보였다. 반면 김 후보는 대구(67.62%), 경북(66.87%), 경남(51.99%), 부산(51.39%) 등 영남 지역에서 큰 폭으로 앞섰다.

양측의 승패는 인구 절반 이상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갈렸다. 이 대통령은 서울(47.13%), 경기(52.2%), 인천(51.67%)에서 모두 김 후보를 앞섰다. 김 후보는 서울에서 41.55%를 득표했으나 경기와 인천에서 각각 37.95%, 38.44%를 얻는 데 그쳤다. 이 대통령과 김 후보의 수도권 지역 득표율 격차는 서울 5.58%포인트, 경기 14.25%포인트, 인천 13.23%포인트였다.

지난 3일 대선 투표 직후 KBS·MBC·SBS가 발표한 출구 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는 60대(48.9%) 70대 이상(64%)에서만 이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30대, 40대, 50대에선 이 대통령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대선에서 이 대통령 득표 수는 1728만7513표로 종전의 역대 최다 득표 기록(윤석열 전 대통령의 1639만4815표)을 뛰어넘었다.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1614만7738표(득표율 47.83%)를 얻었는데, 3년 만에 치른 이번 대선에선 113만9775표를 더 얻은 것이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보면 이 대통령 득표율도 1.59%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전국 광역 시도 17곳을 기준으로 이 대통령은 대구·부산·울산·경북·경남·강원을 제외한 11곳에서 승리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보수 진영 후보인 김문수·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국민 통합 없이는 국정 운영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인 민주당의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국민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헌정을 수호해야 된다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또 한편에서 ‘대통합하라’고 사인(신호)을 준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득표율 8.34%에 대해 “청년, 어르신 등 연령별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사인을 심하게 준 것 같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KBS라디오에 나와 “이 대통령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과반이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