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대통령실 건물. 이재명 대통령은 이곳에서 일단 업무를 보다가 청와대를 고쳐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조인원 기자

4일부터 대통령 업무를 곧장 시작하는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일단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3~4개월 안으로 청와대를 보수해 다시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옮기겠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공간인 관저는 청와대 보수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어디를 쓸지 마지막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썼던 한남동 관저에 대한 여권 내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삼청동 총리 공관 등 여러 대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여러 차례 용산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하되, 청와대를 보수해 다시 이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수리) 기간 동안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며 “청와대가 상징성과 문화적 가치가 있고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최적”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 3년간 일반에 개방돼 보안·경호 등의 문제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과거 대통령비서실이 있던 여민관 등 일부 건물은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3~4개월이면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긴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회의 세종의사당(세종 분원)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자신의 임기 내에 건립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임기 내에 세종 집무실을 건립하더라도 이전하려면 법률 개정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이 때문에 실제 집무실 이전이 이 대통령 임기 중에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KBS·MBC·SBS 방송 3사가 공개한 출구 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이 어디서 일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58.2%가 청와대를 선택했다. 이어 용산 대통령 집무실(15.4%), 세종시(13.9%), 정부서울청사(3.6%) 순이었다.

이 대통령은 관저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당분간은 (인천 계양구) 자택에서 지낼 것 같다”며 “일단 4일 한남동 관저를 살펴보고, 최소한의 보수가 끝나면 바로 들어갈 듯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 측은 한남동 관저 외에 삼청동 총리 공관이나 인근 안전 가옥 등 공적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보궐선거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5월 10일 취임했지만 사흘 뒤인 13일 청와대 관저에 입주했다. 이때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합참의장 보고를 받아 논란이 있었다.

대통령경호처도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즉시, 새 대통령에 대한 경호 업무를 경찰에서 넘겨받는다. 임기는 이 대통령이 선관위에서 당선증을 교부받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현재 용산 대통령실에는 윤석열 정부의 흔적은 사라진 상태다. 대통령실 청사 건물 전면에 걸려 있던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 대형 현수막은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