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8시 대통령 선거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조사가 발표되자 개혁신당 개표 상황실이 마련된 국회 의원회관에는 침묵이 흘렀다. 천하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에 “아” 하고 탄식했고, 일부 당직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달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도를 기록하다가 막바지에는 10%를 넘는 조사 결과도 여럿 나왔다. 하지만 출구조사에서 이 후보 득표율이 7.7%로 예측되자 정치권에서는 “선거 막판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30분쯤 뒤 개표 상황실을 찾아 “이번 선거를 통해서 개혁신당은 총선과 대선을 완주해낸 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번 선거를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저희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서는 “국민 통합과 무엇보다도 경제 상황에 대한 세심하고 적확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개혁신당은 야당으로서 저희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출구 조사를 보면 이 후보는 20·30대 남성에서 20~30%대 지지를 얻었고, 수도권과 영호남 등 전국에서 비교적 고른 지지를 받았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개혁신당 당원 수가 6만여 명에서 약 12만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도 개혁신당에선 성과로 꼽는다. 다만 20·30대 여성에서는 9~10%대 지지에 그쳤고 다른 연령대를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세대의 벽을 뛰어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됐다. 이 후보는 공직선거법상 선거비 전액을 보전받는 득표율(15% 이상)은 물론 절반을 보전받는 득표율(10% 이상 15% 미만)에도 이르지 못해 선거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이 후보 낙선에 대해 “계엄 반대와 탄핵 찬성이라는 소신을 지켜낸 원칙 있는 패배”라고 했다. 박 대표는 “계엄·탄핵 문제에서 이견이 있는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를 견뎌내고 완주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한다”며 “특히 20·30대 미래 세대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개혁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얻은 20·30대 표심을 바탕으로 향후 정국에서 범보수 진영 재건에 주도적인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계엄·탄핵의 바다를 제대로 건너지 못하면서 재건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며 “향후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개혁신당이 보수 진영 혁신에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힘이 전면적인 쇄신을 하지 않으면 1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어떤 식으로라도 연대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