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밤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상파 방송 3사가 ‘당선 확실’로 보도한 직후인 이날 밤 11시 45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인천 계양구 자택을 나서며 이같이 밝혔다. 파란 넥타이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선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자택 앞에서 이 대통령을 기다리던 지지자 약 500명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의도 당사로 이동해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 설치된 야외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 앞에서 당선 수락 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여러분들이 제게 기대하고 맡긴 그 사명을 한순간도 잊지 않고,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반드시 확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또 “여러분이 제게 맡긴 첫 번째, 내란 확실히 극복하고 군사 쿠데타 없게 하는 일. 두 번째 경제 살리고 민생 회복하는 것. 내일 당선자로 확정되는 순간부터 온 힘을 다해 고통스러운 삶을 회복시켜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 제1의 책임을 완벽하게 이행하는 안전한 나라를 꼭 만들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평화롭게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겠다”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북 간에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해서 공존, 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은 대한민국 공동체 안에서 서로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료들”이라며 “남녀로, 지역으로, 노소로, 장애인 비장애인, 정규직 비정규직, 기업가와 노동자, 이렇게 틈만 생기면 편을 갈라서 서로 증오하고 혐오하고 대결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 “국민은 이 나라의 주인이고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 일꾼들이다. 일꾼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건 피할 수 없더라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편을 갈라 증오하고 혐오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했다.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책임은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큰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크게 통합시키는 대통령의 그 책임을 결코 잊지 않겠다.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공평하게 기회를 함께 누리는 억강부약의 대동세상을 우리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득표율이 51.7%로 예상된다는 지상파 방송 3사 출구 조사가 발표되자 국회 의원회관 개표 상황실에 모여 있던 민주당 선대위원회 관계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비교적 차분한 표정으로 선대위 관계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주고받았다. 맨 앞줄에 앉은 강금실·윤여준·정은경·김부겸·김동명·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 등도 함께 박수를 보냈다. 선대위 관계자들은 지역별 출구 조사 결과에서 이 대통령이 앞서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4일 낮 11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행사를 할 계획이다. 행사는 선서식 위주로 간략히 이뤄질 예정이다. 보신각 타종 행사나 군악·의장대 행진, 예포 발사 등은 생략될 예정이고, 참석자도 5부 요인과 각 정당·종교계 대표, 국무위원 등 300여 명으로 제한된다. 이 대통령 취임 행사가 간략히 이뤄지는 것은 이 대통령이 취임식을 준비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앞서 조기 대선으로 당선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이 취임 선서식만 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4일 오전 7~9시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대통령 당선인 결정안을 의결하는 순간 시작된다. 이 대통령은 이후 김명수 합동참모의장에게 군 통수권 이양 및 군 대비 태세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국회로 이동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취임 행사에 참석한다. 이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서진 임명장을 수여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해외 정상들과의 통화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4일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취임 뒤 첫 정상 간 통화는 상견례 성격이 강하지만, 민주당은 직설적인 성격의 트럼프가 첫 통화에서 바로 한미 관세 협상과 주한 미군 주둔비 등 민감한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 측은 “야당 대표와도 늦지 않은 시점에 만나 소통할 것”이라면서도 “4일 바로 야당 대표를 만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