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하겠다”고 한 데 대해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자기 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힘 당론은 당헌당규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해야 하며,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당론을 결정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라며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당론 무효화를) 공식화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2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비대위원장으로서 선거 승리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며 “너무나 유감”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은 윤 전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방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당 소속 의원들이 고심 끝에 숙의를 거쳐 내린 판단이었고, 그 결정의 배경에는 보수 정당으로서의 책임, 체제 수호의 가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그런데 지금 와서, 당내 논의조차 없이 비대위원장의 판단만으로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당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자기 부정이자 혼란과 분열을 자초하는 길”이라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론 무효화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당론을 무효화하기 위해 의원총회와 비대위 회의라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힌 것이다.
윤 위원장은 “비대위는 당의 위기를 수습하고 가치를 중심으로 단결을 이끌어야 할 조직”이라며 “선거만 바라보며 정체성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 당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국민 앞에 정권을 다시 맡겨 달라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명분 있는 길, 국민 앞에 떳떳한 길을 걸어야 한다”며 “그 길의 중심에는 언제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체제 수호라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혼란과 분열이 아니라, 보수 정당다운 중심과 품격, 책임 있는 리더십”이라며 “정당의 자기 부정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분열이다.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가 쓰러진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