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국민의힘 누군가가 동조했다고 생각한다. 계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정부에도 엄청나게 숨어 있다”면서 “(이들이) 확실히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선 운동 과정에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내란 수사’의 여지를 열어놨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는 이날 처벌 대상자 범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집권 시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대대적인 특검 수사를 예고했다. 그는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슬쩍 (구치소에서) 나오긴 했지만. 다시 보내야지”라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JTBC 유튜브에 출연해 ‘내란 종식이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주요 임무 종사자급은 다 골라내야 한다. 실제 책임 있는 자들이 아직 정부 각료, 주요 국가기관에 많이 숨어 있다”며 “확실히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각료들 중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하고 (각료들이) 협조한 데가 많다. 그런 걸 다 찾아내서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특검을 해야 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 10명,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 가운데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제외하고는 기소된 사람은 아직 없다. 하지만 특검을 가동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를 추가로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특검 대상에 정치인도 포함될지와 관련해서 “정치인도 책임이 있으면 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이) 입법부를 장악하기 위한 행동으로 무엇을 했느냐. 저는 국민의힘이 거기에 누군가 동조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계엄 하는 날 밤에 국회의원은 국회로 가야지, 본회의장으로 가야지. 왜 밖으로 자꾸 나오라고 하나”라며 “통화 내역도 조사하고, 쿠데타를 막아야 할 사람들이 쿠데타를 도와서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면 이건 엄중하게 규명해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계엄 선포 이튿날 새벽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나 의원들을 특검 수사 대상으로 거론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李 “내란 책임자, 정부에도 아직 많이 숨어있다”
민주당은 이미 ‘내란·외환 특검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해 본회의로 보내 놓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후보가 집권하면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특검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후보가 이날 ‘국민의힘·정부 내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급 처벌’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집권 즉시 특검을 가동해 국민의힘 인사들과 한덕수 전 총리 등 윤석열 정부 각료들을 본격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형법상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禁錮)형에 처한다.
이와 관련해 경찰 비상계엄특별수사단은 최근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이들을 출국 금지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과 1분 안팎 정도 통화한 내용이 확인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선포 직후 통화한 인사들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미리 얘기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주당에선 윤 전 대통령과 이들의 통화가 국민의힘 다수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불참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작년 12월 4일 새벽의 결의안 표결에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18명만 참석했다. 나머지 의원은 주로 국회 경내 밖 국민의힘 당사에 모여 있었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추 원내대표 등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하려고 의원들을 국회가 아닌 당사로 소집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특검을 통해 규명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는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에 “진짜 정치 보복은 자기들이 했다. 윤석열이라는 분께 제가 3년 넘게 당했다”며 “자기들은 진짜 정치 보복 하면서 법대로 했다고 하고, 우리가 법대로 하면 정치 보복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라는 분께서 없는 죄를 만들거나 없는 죄를 찾겠다고 특정해 놓고 24시간, 1년 내내 쫓아다니는 게 정치 보복이라고 개념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셨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최근 “정치 보복 걱정, 붙들어 매라”라고 했는데 계엄 관련 수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내란 혐의는 물론 외환죄에 대해서도 특검 수사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내란죄 외에 군사반란 외환죄가 더 큰 중범죄”라며 “이건 사형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