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 투표 첫날인 29일, 호남 지역 투표율이 30%를 넘었다. 사전 투표 첫날 투표율이 30%를 넘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반면 영남 지역의 투표율은 전국 평균보다 2~6%포인트 낮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종식을 바라는 열망이 모인 것”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본투표까지 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68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 투표의 첫날 투표율은 19.58%를 기록했다고 중앙선관위가 밝혔다. 20대 대선(17.57%), 지난해 22대 총선(15.61%) 때의 첫날 투표율을 앞서는 역대 최고치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때 처음 시행된 사전 투표제가 10년을 넘으면서 본투표와 사전 투표 이틀을 합해 “투표일은 3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공휴일인 본투표일을 온전한 휴일로 활용하려는 유권자들이 적극 사전 투표에 나서는 경향도 투표율이 높아진 요인으로 꼽힌다.
지역별로는, 호남 지역의 사전 투표율이 전국 평균을 끌어올렸다. 전남 지역의 투표율은 34.96%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이 전북(32.69%), 광주(32.10%)였다. 이 세 지역은 지난 대선 때도 사전 투표 첫날 투표율 1·2·3위를 기록했다. 호남을 제외한 지역 중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곳은 세종(22.45%), 강원(20.83%), 제주(19.81%) 세 곳뿐이었다.
대구는 13.42%로 전국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그다음으로 낮은 지역은 경북(16.92%), 경남(17.18%), 부산(17.21%), 울산(17.86%) 순이었다.
수도권 지역의 투표율은 평균보다 조금 낮았다. 서울 지역 투표율은 19.13%, 경기는 18.24%, 인천은 18.40%였다. 대전은 18.71%, 충북은 18.75%, 충남은 17.93%였다.
시·군·구 단위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45.51%를 기록한 전북 순창이었다. 가장 낮은 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대구 달성군(11.63%)이었다. 서울에선 종로구(21.30%)가 가장 높고 강남구(14.32%)가 가장 낮았다.
첫날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주로 투표율이 높게 나온 것과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평일 분주한 일상도 투표 열기를 막을 수 없었다”며 “내란 종식과 국민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투표로 모이고 있다”고 했다. 안규백 의원은 “차분하지만 결연하게 단단한 민심이 모여 지층에서부터 움직이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천준호 민주당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투표율만으로 유불리를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높은 사전 투표율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투표율이 높다고 하는 건 그만큼 바른 대통령, 일반 국민 수준의 대통령을 뽑겠다는 의지가 표출되는 것이라고 본다”며 “투표율이 높은 것은 김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했다. ‘텃밭’ 영남의 투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 장동혁 국민의힘 선대위 상황실장은 “TK는 늘 다른 지역보다 본투표율이 높았다”며 “본투표에서는 전국 투표율보다 높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도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전 투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구를 중심으로 한 보수 성향 지지자들은 본투표 참여율이 높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대선 때 대구 지역의 사전 투표율은 이틀 치 합이 33.91%로 전국에서 경기, 제주에 이어 셋째로 낮았지만, 최종 투표율은 78.7%로 전국 평균인 77.1%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대선은 다들 초박빙 접전이라고 했지만, 이번엔 김문수 후보가 보수 지지층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본투표까지 합산한 최종 투표율이 지난 대선보다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대학가인 서울 신촌에서 청년 4명과 함께 사전 투표에 참여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딸 동주씨와 함께 한 표를 행사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자기 지역구인 경기 화성 동탄에서 사전 투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