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일주일 앞둔 27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로 흘렀다. 이 후보는 이날 후보 단일화 없이 완주해 승리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 후보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데드라인으로 사전 투표(29~30일) 전날을 꼽는다. 그런데 단일화 시한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김·이 후보 측이 협상의 첫발도 떼지 못하면서 김·이 후보가 모두 완주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에선 서로 상대 후보를 찍는 표는 ‘사표(死票)‘가 될 것이라며 범보수 성향 유권자를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나왔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세력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이번 선거에 없다”며 “끝까지 싸워 끝내 이기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완주 의지를 밝혔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계속 단일화 논의를 요청하자 또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후보는 오히려 이날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내가 이재명 후보와 양자 대결을 하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대로 줄어들게 되고 유권자가 전략적으로 내게 표를 몰아줬을 때 이재명 후보를 꺾는 게 가능하다”며 “김 후보를 통해서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려고 했을 때는 계엄에 반대한 유권자 표는 이재명 후보에게서 김 후보로 절대 옮겨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도 단일화를 설득하려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인편으로 전한 메시지에도 이 후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문수 후보 측은 이날 밤 마지막 3차 후보자 TV 토론회가 끝난 뒤 김 후보가 이준석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2022년 3·9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마지막 TV 토론회를 마치고 그 이튿날 새벽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었다. 하지만 이 후보의 거부 의사가 완강해 28일 두 사람 회동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이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후보와 별도 회동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국민의힘도 단일화 무산을 상정한 캠페인 전략 마련에 들어간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가 없더라도 3자 구도에서 김 후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며 “이재명 독재를 막기 위해서 누가 가장 확실한 후보인지는 많은 시민께서 표로 심판해 주실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투표를 통한 김문수로의 단일화론’이다. 여론조사상 3등인 이준석 후보를 찍으면 사표(死票)가 되니 2등인 김 후보를 찍어 이재명 후보를 꺾자고 범보수 성향 유권자에게 호소하자는 전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최종 판단이 서면 이른바 ‘준찍명(이준석 찍으면 이재명 당선된다)’ 분위기가 반(反)이재명 유권자들 사이에서 퍼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개혁신당과 이준석 후보 지지자들은 김 후보가 자진 사퇴하는 방안이 이재명 후보 집권을 저지할 유일한 방안이라고 한다. ‘김문수의 양보를 통한 이준석으로의 단일화’ 방안으로 김 후보가 사퇴함으로써 이준석·이재명 후보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동훈 개혁신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가 사퇴해야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긴다”며 “지금 김 후보의 지지율 수치를 떠받치는 것은 60·70대다. 김 후보는 대선 때까지 20·30대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느냐”고 했다. 20·30대나 중도층 확장성에서 이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선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준찍명’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해 김철근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김 후보는 잘해야 2등”이라며 “김문수에게 가는 표는 사표, 이준석에게 가는 표는 승리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