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사전 투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26일에도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후보는 단일화 협상의 첫걸음을 떼지 못했다. 이 후보를 향해 단일화를 촉구해 온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단일화 조건을 제시해 달라”면서 거듭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김 후보가 사퇴하는 것이 유일한 (단일화) 방법”이라며 국민의힘 제안을 거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전 투표(29~30일) 전날인 28일을 사실상 김·이 후보 단일화의 데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국민의힘 인사들의 전화를 안 받는 것은 물론 거처까지 남모르게 옮기는 등 완고한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개혁신당이 단일화에 전제 조건을 제시해 주기를 제안한다”며 “단일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이 후보에게 단일화 방식으로 ‘아름다운 단일화(후보직 양보)’ 또는 ‘국민 경선(여론조사)’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이 후보가 호응하지 않자 “개혁신당이 조건을 제시하면 수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추가 제안을 하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한 유튜브 인터뷰에서는 “김·이 후보는 목표하는 방향성이 같다”며 “나라를 위한 결단을 해달라”고 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 후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인사는 이 후보가 있는 유세 현장을 찾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만남 요청을 거부하는 이 후보를 무작정 찾아가 단일화를 호소해 봤지만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완강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후보와 단일화할 가능성은 “0%”라고 했다. 이 후보는 “(나를 지지하는) 20·30대는 확고하다. 이준석은 찍을 수 있지만 내란 무리에 동조했던 김문수는 찍을 순 없다고 하기 때문에 김 후보로 단일화되면 표의 합(合)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사퇴하고 투표용지에 이준석과 이재명의 대결로 간소화하는 것이 유일한 (단일화) 방법”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개혁신당 당원 약 11만명에게 “이번 대선을 반드시 완주하고, 승리로 응답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발송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전 투표 이틀 전인 27일 밤에 열리는 마지막 3차 후보자 TV 토론회를 단일화 성사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022년 3·9 대선 때 단일화 협상에서 난항을 거듭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마지막 TV 토론회 직후 심야 회동을 하고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기 때문이다. 김 후보 측은 3차 TV 토론회 후 이 후보에게 회동을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가는 국면에서 단일화로 쐐기를 박기 위해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단일화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니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일화한 안철수 의원은 당시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와 보수 진영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안 단일화 때와 달리 이 후보는 국민의힘 주류 세력에서 사실상 축출당해 ‘보수 개혁’을 내걸고 중도화 노선을 걷고 있기에 김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이 후보가 단일화에 선을 긋는 단호한 언행을 보면, 자기 의중을 숨기기 위한 ‘전략적 부인’ 차원을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투표를 통한 단일화’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10% 안팎 지지도를 기록 중인 이 후보에게 투표하면 사표(死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이 후보 지지자 중 보수 성향 유권자를 김 후보 지지로 끌고 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유권자들에게 승리의 기세를 확산하려면 단일화라는 극적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계속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