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남강호·김지호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마치고 서로 김문수(국민의힘)·이재명(민주당)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 사실 공표)로 고발하며 난타전을 벌였다. 두 후보가 TV 토론에서 설전을 벌인 데 이어 고발전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6·3 대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후보 지지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선거전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가 지난 23일 열린 2차 TV 토론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때문에 눈물 흘린 적 없다’고 말한 것이 허위 사실이라며 김 후보를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2차 TV 토론에서 이 후보가 김 후보에게 “전 목사가 감옥을 갔을 때 눈물을 흘린 관계를 여전히 청산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자, 김 후보는 “무슨 눈물을 흘리는지, 허위 사실 유포다. (이 후보는) 허위 사실 유포로 또 걸리면 누범, 재범”이라고 맞받았다.

그래픽=이철원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24일 “(유튜브 채널) ‘김문수TV’를 보면 2019년 김 후보가 ‘우리 목사님 잡혀가면 절대로 안 되고’라고 발언하며 울먹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지난 대선 때 한 발언 때문에 당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됐다. 민주당에선 대법원 판결 이후 이 후보 처벌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민주당은 “김 후보가 적반하장 식으로 허위 사실 유포죄를 거론하며 상대방을 거짓말로 몰아간 것”이라고 했다. 자기 당선 목적이 아닌 타인 낙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는 처벌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가 기소된 ‘당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는 법을 바꾸겠다면서 다른 후보들을 낙선 목적 허위 사실 공표로 고발하는 민주당 주장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김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가 꼼수로 재판을 지연했다”고 한 발언 등도 고발했다. 김 후보 캠프 인사가 유튜버들에게 “도와주면 사후에 보상하겠다”고 발언했고 유세 도중 유권자로부터 사과와 곶감 상자를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도 고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충남 당진 유세에서 '재앙을 막고 풍년을 기원한다'는 의미의 줄다리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2차 토론에서 과거 ‘2012년 대선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놓고 거짓 해명을 했다며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당시 TV 토론에서 이 후보는 “부정선거론에 동조한 적 있지 않으냐”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질문에 “국정원의 댓글 조작 측면에서 부정선거라고 한 거지 무슨 투·개표를 조작했다 이런 차원의 부정선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24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 거주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차담을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국민의힘

그러나 토론 후 이 후보가 2017년 1월 페이스북에 쓴 글이 알려지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였다”면서 “국가기관이 대대적 선거 개입에 개표 부정까지…. 투표소 수개표로 개표 부정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썼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24일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국민 앞에서 실수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지어낸 거짓말을 했다”면서 “거짓말이 일상화돼 있는 후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부정선거론자임이 백일하에 드러났으니 황교안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을 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HMM 부산 이전을 공약하면서 이 회사 직원들이 동의했다고 한 발언, 일산대교 무료화가 윤석열 정부 반대로 무산됐다고 한 발언이 허위라며 별도로 고발했다.

정치권에선 대선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후보가 40% 중반대 지지도를 유지하며 추격 저지선을 쳤지만 김 후보가 격차를 점차 좁히며 추격에 나서면서 양당의 선거전이 격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2차 대선 TV 토론에서도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서로를 ‘내란 세력’ ‘거짓·부패 세력’이라 부르며 난타전을 벌였다. 이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내란 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 전광훈 목사 등과 단절을 왜 안 하냐”고 했고, 김 후보는 이 후보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하다 형수에게 욕설을 하지 않았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