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5일 대통령의 여당 당무(黨務)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국민의힘 당헌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대통령이 우월한 지위에서 여당의 공천 등에 간섭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역대 대선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에서 유세를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충북 옥천군에서 유세 도중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대통령의 공천 개입은 당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훼손하고 대통령 중심의 사당화를 부추기며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수직적 당정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김 후보는 “당정 협력, 당-대통령 분리, 계파 불용(不容)의 3대 원칙을 천명하고, 이런 정신을 당헌에 명시하겠다”며 “즉각적 당헌 개정을 위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국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보수 진영 일각에서 사전투표에 대해 부정(不正) 시비가 일고 있는 데 대해선 이날 “당의 역량을 총동원해 사전투표 감시를 철저히 하겠다”며 “사전투표에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 저도 사전투표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한 취재진 질의엔 “여러 가지 각도에서 (이 후보를) 만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언제까지 어떻게 된다는 건 말씀드릴 형편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계속 한 뿌리였으니 (단일화를 하려)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그로 인한 탄핵 사태 등에 대해선 재차 사과했다. 김 후보는 이날 충남 논산 유세에서 “계엄이다, 탄핵이다 (해서) 경제적으로도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지난 잘못은 모두 용서해 주시고, 앞으로가 중요한 만큼 국민을 더 행복하게 모시겠다”며 군중을 향해 큰절을 했다.
김 후보는 우리 군의 사이버전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방 공약도 이날 발표했다. 김 후보는 충남 계룡시 병영체험관에서 “‘화이트 해커(해킹을 막는 보안 전문가)’ 1만명을 양성하고, 최근 SKT 사태 등 사이버 위협의 배후를 규명하고 대처하는 상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토요일인 지난 24일엔 구미·안동 등 경북 지역에서 유세를 벌인 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예방했다. 김 후보는 1시간가량 진행된 차담에서 “박 전 대통령님은 과거 ‘선거의 여왕’이란 말씀을 들었다. 어떻게 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 지혜를 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이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지난 일에 연연하지 말고 하나로 뭉쳐달라”며 “개인적으로 섭섭한 일이 있더라도 다 내려놓고 나라를 위해서 꼭 승리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 후보는 같은 날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도 방문했고, 충청권 유세를 돈 25일엔 충북 옥천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아 방명록에 ‘육영수 여사님, 사랑의 어머님’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