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개혁신당이 주말에 경기 시흥에 조성된 거북섬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 때 거북섬에 인공 서핑장 ‘웨이브파크’를 유치했다고 치적으로 내세우자,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거북섬은 공실률 87%의 ‘유령 섬’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고 나온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4일 시흥 유세에서 “거북섬에 있는 웨이브파크는 요새 장사가 잘되나 모르겠다”며 “제가 경기지사를 할 때 시흥시장과 함께 ‘거북섬으로 오면 알아서 다 해주겠다’고 업체들을 꾀어서, (웨이브파크 사업을) 인허가부터 건축 완공까지 2년 만에 해치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재명 경기도와 시흥시가 신속하게 기업을 유치했다는 말이다. 내 자랑”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 소속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과 함께 한 유세에서 거북이 등딱지 인형을 들기도 했다.
그러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서 “웨이브파크만 달랑 들어선 거북섬 상업 지구는 현재 공실률 87%에 달하는 유령 상권으로 전락했다”며 “오늘날 거북섬은 이재명식 ‘호텔 경제학’의 실패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지난 1월 기준 거북섬 내 점포 3253곳 중에서 공실률이 약 87%에 달한다는 것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유령 섬으로 전락한 거북섬 사업을 자랑한 이 후보는 입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가”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이재명 후보가 현실을 모르는 소리를 했다”고 했다.
이에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5일 “이재명 후보는 거북섬에 관광 유인이 없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웨이브파크를 유치했고, 이를 유세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이 후보가 거북섬을 만들었다고 자랑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있다며 이준석 후보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거북섬은 박근혜 정부와 남경필 경기지사 재임 시절인 2015년 해양수산부 계획에 따라 국가 사업 구역으로 지정됐고, 이재명 후보는 2018년 경기지사에 취임한 뒤 거북섬 내 웨이브파크 사업 유치에만 관여했다는 것이다. 웨이브파크는 2020년 10월 개장했다.
이날 오후 찾은 거북섬은 문을 연 카페 몇 곳을 제외하곤 상가 대부분에 ‘임대 문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거북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표흥숙(69)씨는 “저녁엔 사람이 거의 없어 오후 5~6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은퇴 자금으로 상가 2곳을 분양받았다는 A씨는 “시흥시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거북섬의 재앙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