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2차 TV 토론회를 지켜본 정치 전문가들은 김문수(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협공하고, 이에 이 후보가 방어에 나선 가운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김문수·이준석 후보 공격에 가세한 분위기였다고 평가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 실장
이재명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관리에 나선 느낌이 들었다.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치고 나가려 하기보다는 실점을 안 하고 관리해 나가는 전략을 폈다. TV 토론에 참여한 후보 4명 가운데 가장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무난하게 토론을 마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형수 욕설과 친형 강제 입원 등을 묻는 상대 후보 질문에도 적절하게 방어했다고 본다. 김문수 후보가 가족사를 언급하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자, 이 후보는 오히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사태를 언급하며 역공을 폈다. 그러다 보니 김 후보의 공격이 의미가 약해졌고 이 후보로선 선방한 것 아닌가 싶다.
◇김상일 정치평론가
이재명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기본적인 방향을 정리해 나온 것 같았다. 그런데 논쟁적 이슈에 있어서는 디테일에 대한 고민과 학습이 부족해 보였다. 상대 후보가 국민연금이나 원전 안전성 등을 질문했을 때 상당히 수세적인 모습이었다. 상대 질문에 대해 자기를 공격하기 위해 질문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그런 태도는 이슈에 대한 학습과 고민이 부족한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임기응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선 이준석 후보가 맞고 틀리고를 떠나 공부를 좀 더 하고 나왔다는 인상을 줬다.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문수 후보가 2차 토론엔 ‘강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마음먹고 나온 것 같았다. 토론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의 부정부패 의혹과 ‘방탄 입법’ 논란, 가족과 관련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등 지난 토론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1차 토론 때 ‘착한 김문수’에 머물렀다면, 이번 2차 토론에선 ‘독한 김문수’를 보여줬다.
다만 김 후보가 제기한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타격감’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이 후보에게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 기회를 제공해준 측면도 있다.
시청자들은 김 후보가 의도했던 독한 모습보다는, 그가 상대의 비판에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선한 모습’에 오히려 점수를 더 줬을 수도 있다. 권영국 후보가 의정 갈등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을 때 김 후보가 “피해 입으신 모든 분들께 정말 송구스러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잘못을 거듭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솔직한 후보’란 인상을 줬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얼마나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느냐의 관점에서 건강보험, 원전, 기후 위기 등에서 구체적인 질문을 상대 후보에게 던진 이준석 후보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질문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규칙을 지키라’거나 ‘문제 지적을 과잉되고 왜곡되게 한다’는 식으로 답변을 피해가며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권영국 후보는 지난 토론 때와 달리 이번 토론에서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1차 토론에서 차별금지법 등으로 이재명 후보와 선명하게 차별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늘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도와 보수 진영 후보를 협공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질문을 던져놓고 상대에게 답할 기회를 주지 않는 모습도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