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한 후보자들. 이재명 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왼쪽부터).

6·3 대선을 열흘 앞둔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한 자릿수로 좁혀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진행해 이날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45%, 김문수 후보 36%, 이준석 후보는 10%로 나타났다. 이재명·김문수 후보 지지도 차는 9%포인트(p)였다. 지난주 갤럽 조사 때 지지도 51%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는 6%p 하락했고,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각각 7%p·2%p 상승했다. 김·이 후보 지지도 합(46%)은 갤럽 정기 조사에선 처음으로 오차 범위 안이지만 이재명 후보 지지도(45%)를 넘어섰다. 범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이철원

실제로 김문수 후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12%p 오른 60%, 이준석 후보는 3%p 상승한 9% 지지도를 기록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김문수(39%→45%)·이준석(6%→10%) 후보 모두 지난주 조사 때보다 지지도가 올랐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대구·경북에서 12%p 하락한 22%, 부산·울산·경남에선 5%p가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의 절체절명 순간에서 단일화는 압도적인 필승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다.

◇金·李 동반 상승… 김용태 “단일화로 공동 정부 만들자”

지난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이재명 후보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50%를 넘어섰다. 그런 이 후보 지지도가 23일 40% 중반대로 하락한 가운데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며 두 사람 지지도 합이 이재명 후보 지지도를 넘어서자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가 결집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65%가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지난주 조사 때(58%)보다 7%p 상승한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지난주 갤럽 조사 때 86%였던 김 후보 지지도는 이번 조사에선 91%로 5%p 올랐다.

그래픽=이철원

이준석 후보는 20대에서 29%, 30대에선 17% 지지도를 기록했다. 이 후보의 보수층 지지도는 11%, 중도층은 14%였다. 이 후보 지지도는 지난주 조사 때와 비교해 20대(24%→29%), 30대(14%→17%), 무당층(16%→19%), 중도층(12%→14%)에서 상승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준석 후보가 자칫 이재명 후보로 쏠릴 수 있는 중도층·2030 세대 지지를 ‘댐(dam)’처럼 가둬 둔 가운데 김문수 후보가 보수층 결집을 동력 삼아 이재명 후보 추격에 나선 흐름”이라고 했다.

이번 갤럽 조사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지지도 합(46%)이 이재명 후보 지지도(45%)를 넘어서면서 범보수 진영에선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 요구도 점점 강해질 전망이다. 다만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2일 진행해 이날 발표한 조사에선 이재명 49%, 김문수 34%, 이준석 8%로 종전 여론조사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날 “이준석 후보가 결국 내란 세력과 단일화에 나서지 않을까 예측된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SBS라디오에서 “이준석 후보 쪽도 내심은 99% 야합 쪽에 있다고 본다”며 “(김문수·이준석 단일화는) 변수라기보다는 상수”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지층에 단일화에 대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28일 시작되는) 사전 투표 전까지 (단일화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이준석 후보를 지지하는 100%가 김 후보로 오지는 않겠지만, 단일화는 ‘이재명은 안 된다’는 국민적 열망을 결집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준석 후보를 향해 “단일화의 방식은 아름다운 단일화로 함께 공동 정부를 이끌어 가느냐, 100% 개방형 국민 경선으로 통합 후보를 선출하느냐 이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고 했다. 담판 또는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단일화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지지도가 한 자릿수를 벗어나 10%를 기록하자 거듭 “대선 완주” 의지를 밝혔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 대변인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퇴로는 없다”고 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핵심 지지층이 달라 단순 지지도 합산으로 단일화 성사 여부를 가늠하거나 단일화에 따른 상승 효과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김 후보 핵심 지지층인 6070세대에서 이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고, 이 후보 핵심 지지층인 2030세대에서도 김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가 커서 어느 쪽으로 단일화되더라도 일부 지지층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윤재옥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총괄본부장은 “단일화에 매달려 있기보다는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을 올리는 ‘자강(自强)’에 비중을 두겠다”고 했다.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후보가 주춤하고,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격차를 좁혀가는 흐름이 지속될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