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은 23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했고, 이후 서울로 이동해 별도 유세 없이 토론 준비에 매진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김경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노 전 대통령 비석에 헌화하는 도중 눈물을 흘린 이 후보는 방명록에 “‘사람 사는 세상의 꿈’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진짜 대한민국으로 완성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산을 넘고 특권과 반칙의 바위를 지나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참배 중 눈물을 보인 데 대해 기자들에게 “정치가 점점 전쟁이 돼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라며 “정치는 공존과 상생, 타협을 통해 국민 통합을 이끌어가는 것인데, 지금은 상대를 적대하고 제거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정치적 희생자 중 한 분이었다. 지금의 정치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해 많은 감회가 들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참배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문 전 대통령 내외 등과 함께 오찬을 했다. 이 후보가 문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당대표이던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 이 후보와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 3년간 검찰권 남용이 사회의 혐오와 적대감을 키우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며 한목소리로 검찰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윤석열 정부 검찰이 쪼개기 기소, 과잉 수사 등으로 정치 보복을 했다면서 검찰권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다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식사 자리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다. 아울러 최근 선거 벽보 훼손 사례가 늘고 있어 이 후보의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대화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오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께서 ‘지금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정하는 중요한 국면’이라면서 ‘국민의 뜻이 제대로 존중되는 제대로 된 나라를 꼭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건강해 보이셨고, ‘그래도 우리 국민들의 힘으로 희망이 있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했다.
이날 오찬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사위 곽상언 의원,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함께했다.
민주당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율동을 일시 중지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했다. 윤호중 민주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전국 지역위원장들에게 “오늘은 노 대통령님 서거일로, 경건하고 겸손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