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대선 후보 2차 TV 토론회(사회 분야)에서는 앞선 1차 토론 때보다 더 거친 설전이 오갔다. 다만 2시간 동안의 토론에서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내란 사태를 엄격하게 심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거짓말과 부패를 뿌리 뽑는 것이 국민 통합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정치 교체가 시대 교체의 출발점”이라고 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부터 척결하는 것이 사회 통합의 시작”이라고 했다.
◇사회 통합 방안엔 4인 4색 해법
이재명 후보는 토론에서 “정치가 최근에 이상하게 변질했다. 상대를 제거하려고 한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사회 갈등이 해소되는 게 아니라 적대와 혐오, 증오가 커진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번 내란 사태를 극복하는 것, 엄격하게 심판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 자신은 5개나 재판을 받고 있다”며 “백현동, 대장동 비리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문사했느냐”고 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거짓말과 부패를 뿌리 뽑는 것이 국민 통합의 첫걸음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가짜를 퇴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제는 낡은 세대가 정치 일선에서 깔끔하게 물러나고 열린 세계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전면에 나설 때”라며 “정치 교체가 시대 교체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권영국 후보는 “부자 감세 원상 복구, 불로소득 과세, 부자 증세를 통해 부의 재분배 이루겠다”고 했다. 권 후보가 김 후보에게 “윤석열씨가 제기하는 부정선거 의혹이 정당하냐”고 하자,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지, 저는 한 번도 그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金 ‘형수 욕설’ 공격에 李 ‘소방관 갑질’로 맞받아
김문수 후보는 이날 토론 초반부터 이재명 후보를 향해 공세적으로 나왔다. 김 후보는 “국민 통합을 하려면 가정부터 통합이 돼야 하지 않냐”며 “자기 친형님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하다 형수에게 욕설을 했는데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 소양의 부족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그러나 김 후보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제 경우는 내밀한 사적인 일인데 본인은 소방관에게 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권력을 남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저는 이준석 후보가 결국은 내란 세력인 김문수 후보와 단일화할 거라 생각한다”며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이준석 후보는 “저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단일화에 관심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 후보는 그냥 본인의 망상 속에서 계속 그것만 두려워서 이런 중요한 정책을 물어봐야 하는 자리에 자기 궁금증을 해소하러 나오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또한 이준석 후보를 향해 “계엄 해제하는 날 본인은 왜 참모가 담을 넘어가자고 하는데 야단을 치며 결국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실제로는 계엄 해제에 반대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민주당에서도 진입하지 못한 의원들이 있다”며 “그분들은 그럼 이재명 후보 논리대로라면 계엄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냐”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인카드를 갖고 사적으로 일제 샴푸를 쓴다든지 여러 말할 수 없는 비리 부정이 많아서 사모님께서 재판을 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김 후보가 속한 정권에서 무작위 조작 기소를 한 결과”라며 “구체적 증거가 있느냐”고 했다.
◇李 ‘진짜 대한민국’ 金 ‘진짜 정의로운 정치’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내란 수괴인 윤석열 전 대통령,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세력들과 단절할 생각 없느냐”고 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뭘 했다는 건지,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며 “이 후보는 이석기 통진당의 후예인 진보당과 연합 공천을 해 울산 북구에도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작년 1월 부산 피습 사건 당시 부산대병원이 아니라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일을 거론하면서 “‘황제 헬기’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본인이 만들고, 그렇게 자랑한 성남의료원도 안 가고 서울대병원에 간 것을 국민은 이상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서울대병원 이송은 가족 의견에 따라 이뤄진 결정이라면서 “저는 다쳐 누워있을 때라 정확히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산 시민들이나 의료진이 박탈감이나 소외감을 느꼈을 점에 대해선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제가 아쉽고 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토론 첫 순서인 시작 발언에서 이재명 후보는 “국민이 주인으로 존중받고 모든 국가 역량이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쓰이는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 ‘진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을 이렇게 계속하고 ‘총각 사칭’ ‘검사 사칭’까지 하면서 어떻게 ‘진짜 대한민국’을 말할 수 있느냐“며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로 가짜를 퇴치하고 진짜 정의로운 정치를 만들자”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양쪽 껍데기를 말끔히 청산하고 이제 새로운 세대가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시간”이라며 “이준석이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