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대선 후보 등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21일 동시다발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접촉에 나섰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단일화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후보 지지도가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하자 단일화 성사에 사활을 걸고 나온 셈이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지지도 합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도에 근접하는 수준까지는 올라와야 단일화 논의가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에 대해 “훌륭하게 대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주역”이라며 “마지막에 결국 저와 단일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이 후보와) 우리는 결국 힘을 합쳐야 한다”며 “보수 본가(本家)가 고쳐 쓸 수 없는 집이라면, 그 자리에 더 좋은 집을 새로 짓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본지에 “앞으로 (단일화 성사를 위해) 이 후보에게 전화하고 찾아갈 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경기 성남시에서 유세에 나선 이 후보를 직접 찾아가 만났다. 안 의원은 “이 후보에게 단일화에 생각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조언을 주로 했고, 필요하다면 김문수 후보와의 만남도 주선하겠다고 전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다만 그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김 후보와 나의) 지지율 합산으로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다면 논리적 구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와 자기의 지지도 합이 이재명 후보와 대적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올라와야 단일화 논의도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김·이 후보 지지도를 더해도 이재명 후보에게 오차 범위(±3.1%p) 밖에서 뒤지고 있다. 넥스트리서치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6~18일 실시한 3자 대결 조사에선 이재명 47.7%, 김문수 33.3%, 이준석 6.8%였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50% 안팎의 지지도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 대결 조사에선 김문수 후보가 이준석 후보보다 10%포인트 이상의 우위를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지지도와 관련해 “젊은 세대들이 유튜브로 대선 후보 TV 토론을 접하기 시작한 이후인 20~21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선 저의 상승세가 완연하게 드러난다”면서 “내부적으로 자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비슷한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단일화가 성사될 정도로 김·이 후보 지지도가 유의미한 상승 국면에 접어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후보와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과 관련해 민주당은 “명분 없는 야합”이라고 했다. 윤여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반명(반이재명)은 빅 텐트의 명분이 되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