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경제 순환을 설명하면서 제시한 이른바 ‘호텔 경제론’에 대한 패러디가 온라인 공간에서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지난 18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화제가 됐던 호텔 경제론이 허황된 얘기라는 내용들이다.

지난 18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개혁신당 이준석(왼쪽)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질문하고 있다./KBS

호텔경제론은 이 후보가 돈이 돌면 상권에 활기가 생긴다는 취지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이 개념을 설명하면서 이 후보는 ‘여행객이 호텔 예약금 10만원 지불→지역 상권에서 거래 발생→ 여행객 호텔 예약 취소→10만원을 환불받은 뒤 떠나는 상황’을 가정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 마을에 들어온 돈은 결국 없는데, 거래들이 발생했다. 이게 경제다”라고 했다. 지역화폐 등 정부 재정으로 국민 소비가 활성화되면 상권에 활력이 발생한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017년 페이스북에 올린 ‘경제활성화 개념도’. 이 개념도는 이 후보 지지자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지자가 만든 ‘경제 활성화 개념도’를 게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호텔 경제론이 잘못됐다”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 개념도를 패러디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내한 공연을 취소한 힙합 가수 ‘카녜이 웨스트’ 버전이 대표적이다. 패러디는 카녜이가 내한하면서 호텔을 예약했고, 호텔에선 침대를 구입하는 식으로 경제 순환이 한 바퀴 돌면서 결국 내한 공연이 취소된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마을에 들어온 카녜이는 없다. 그러나 돈이 한 바퀴 돌면서 마을 상권에도 활기가 돈다. 이것이 바로 카녜이가 가져다주는 경제 활성화”라면서 호텔 경제론을 비꼬아 설명한다.

호텔경제론 패러디/온라인커뮤니티

호텔경제론이 자가발전으로 무한동력을 생성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빗대는 과정에서, 무한동력 멀티 탭 그림을 제시하는 패러디도 있다. 멀티 탭 전기 플러그를 같은 멀티 탭에 끼워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는 주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호텔경제론 패러디/온라인 커뮤니티

SNS 공간에선 ‘이재명 후보를 찍겠다고 말하고 다른 후보 찍어도 결과적으로 민주당에 활기가 돈다’는 식의 패러디도 돌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는 개념도에서 결국 호텔 예약 취소라는 ‘노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노주성(노쇼주도성장)’이라는 말도 만들어 붙였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호텔에 노쇼가 발생하더라도 돈만 돌면 그만이라는 수준의 사고로 대한민국이라는 경제 대국을 이끌 수 있겠나. 이재명은 무능해서 더 위험하다”라고 썼다.

경제 전문가들도 “호텔경제론은 현실에선 불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시중에 유통되는 돈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결국 예약금을 환불해줘야 하는 호텔이 손해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 18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향해 “호텔 경제학이라고 들어봤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인카드 들고 소고기·과일 결제를 한 다음에 나중에 취소하면 동네 경제가 돈다는 얘기”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제가)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래픽=양진경

이후 국민의힘·개혁신당에서 일제히 호텔 경제론을 비판하자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일 유세에서 “경기가 나쁘면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 동네에 돈이 돌아야 할 게 아니냐”며 “이런 것을 ‘승수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모르는 바보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최대한 극단적으로 이렇게 하면 돈이 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그런데 왜 못 알아듣는 척하느냐”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21일 브리핑에서 “(호텔경제론은)단어 하나로 말꼬리 잡는 전형적인 시비 정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