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도가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등 범보수 후보를 두 자릿수 차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지지도가 50%를 넘어선 여론조사도 여럿이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현재의 여론 흐름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이재명 후보가 2주 후 대선에서 득표율 60%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다 득표와 최대 득표율, 2위 후보와 최대 득표율 차 당선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흐름대로라면 이재명 후보가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세우며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1강(이재명)-1중(김문수)-1약(이준석)’ 흐름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가 70세 이상과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지역에서 1위를 기록하는 점을 주목한다.
민주당은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된다”며 이재명 후보 득표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도 지난 14일 유세에서 “많이 이긴다느니, 그런 소리 절대 하지 마시라. 반드시 한 표라도 이겨야 하는 절박한 선거”라고 했다. 그런데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S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는 55% 이상 득표를 받는다”며 “(최종적으로) 60%(이재명) 대 30%(김문수) 대 10%(이준석)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을 제외한 세 후보 지지도를 득표율로 환산해 보면 이 후보가 최대 57%를 기록한 여론조사도 나왔다.
민주당은 현재 171석 의석을 갖고 있고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로 단일화한 조국혁신당 등 야 4당 의석까지 포함하면 범민주당 진영 의석은 190석에 이른다. 이런 민주당을 장악한 이 후보가 보수 진영이 와해된 상황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될 경우 행정 권력에 대해 견제 세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압승하면… 이재명, 쟁점 법안·면죄법 처리 ‘일사천리’
6·3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압도적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지표들도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낳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후보 29%, 이준석 후보 8%였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을 제외한 응답자를 모수(母數)로 해 후보 지지도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이재명 57.3%, 김문수 32.58%, 이준석 8.99%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후보 환산 지지도 57.3%는 실제 투표한 유권자 대비 득표수 비율인 득표율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가 조금 더 치고 올라간다면 득표율 60% 달성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후보는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보수의 본산(本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이재명 후보(34%)를 김문수 후보(48%)가 앞섰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으로 꼽혀온 부산·울산·경남은 이재명 후보가 41%, 김문수 후보는 39%로 비슷했다. 연령별로도 70대 이상(이재명 31%, 김문수 52%)과 지지도 차이가 거의 없는 60대(이재명 46%, 김문수 45%)를 제외하고 이재명 후보가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입소스가 한국경제 의뢰를 받아 16~1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51%, 김문수 32%, 이준석 7%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 등 소극 투표층을 제외한 응답자를 모수로 해 환산하면 이재명 56.67%, 김문수 35.56%, 이준석 7.78%로 이재명 후보와 다른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소극 투표층을 제외할 경우 이재명·김문수 후보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건 실제 득표율 격차가 현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이재명 압승론’이 퍼지면서 범보수 진영의 ‘반(反)이재명 빅 텐트론’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 밑으로 보수 진영 인사들이 지지를 선언하고 합류하는 흐름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4강에 올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들을 비롯해, 국민의힘 출신 김상욱 의원,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출신 김용남 전 의원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사람이 떠나고 ‘빈 텐트’가 돼가고 있다. 오히려 ‘빅 텐트’는 우리가 짓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압승하면 새 정부에서 여러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더라도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재판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이 후보가 기소된 혐의와 관련된 근거 조항을 없애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이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 판결을 선고한 대법원 압박용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 법안 등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 그 밖에 사회적 쟁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상법 개정안 등도 이 후보 득표율이 높으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처리할 수 있다고 민주당이 본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현재 여론조사 흐름이 선거일까지 이어지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재명 후보가 최다 득표와 최대 득표율, 최대 득표율 차 당선 같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현재의 선거 국면이 ‘이명박 대세론’ 속에 치러져 역대 최저 투표율(63%)을 기록한 17대 대선과 비슷해 기록 경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수층 결집도 변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50.2%, 김문수 35.6%, 이준석 8.7%였다. 이재명 후보는 전주보다 1.9%p 하락했고,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각각 4.5%p, 2.4%p 올랐다. 리얼미터는 “이재명 후보 우세 흐름은 유지된다”면서도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확정, 공식 선거운동 시작 등으로 인한 보수층 결집으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