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유세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이 후보 앞쪽에 설치된 장치는 방탄 유리막이다. 한국 대선에서 후보가 신변 위협 때문에 방탄 유리막을 자체 제작해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후보는 “여러분 걱정하신다니까 (유리막이) 답답하지만 좀 갇혀 있겠다”며 “진정한 통합으로 6월 3일 기회를 달라”고 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도가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등 범보수 후보를 두 자릿수 차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지지도가 50%를 넘어선 여론조사도 여럿이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현재의 여론 흐름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이재명 후보가 2주 후 대선에서 득표율 60%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다 득표와 최대 득표율, 2위 후보와 최대 득표율 차 당선 기록을 모두 갈아치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현 흐름대로라면 이재명 후보가 ‘트리플 크라운’ 기록을 세우며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1강(이재명)-1중(김문수)-1약(이준석)’ 흐름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재명 후보가 70세 이상과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령·지역에서 1위를 기록하는 점을 주목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참석, 방탄유리 뒤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은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된다”며 이재명 후보 득표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도 지난 14일 유세에서 “많이 이긴다느니, 그런 소리 절대 하지 마시라. 반드시 한 표라도 이겨야 하는 절박한 선거”라고 했다. 그런데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9일 SBS라디오에서 “이재명 후보는 55% 이상 득표를 받는다”며 “(최종적으로) 60%(이재명) 대 30%(김문수) 대 10%(이준석)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했다. 실제로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을 제외한 세 후보 지지도를 득표율로 환산해 보면 이 후보가 최대 57%를 기록한 여론조사도 나왔다.

민주당은 현재 171석 의석을 갖고 있고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로 단일화한 조국혁신당 등 야 4당 의석까지 포함하면 범민주당 진영 의석은 190석에 이른다. 이런 민주당을 장악한 이 후보가 보수 진영이 와해된 상황에서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될 경우 행정 권력에 대해 견제 세력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선 압승하면… 이재명, 쟁점 법안·면죄법 처리 ‘일사천리’

6·3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압도적 승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지표들도 민주당의 이런 분위기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낳는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51%, 김문수 후보 29%, 이준석 후보 8%였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을 제외한 응답자를 모수(母數)로 해 후보 지지도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이재명 57.3%, 김문수 32.58%, 이준석 8.99%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후보 환산 지지도 57.3%는 실제 투표한 유권자 대비 득표수 비율인 득표율로 추정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가 조금 더 치고 올라간다면 득표율 60% 달성도 현실화할 수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그래픽=김현국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후보는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보수의 본산(本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이재명 후보(34%)를 김문수 후보(48%)가 앞섰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으로 꼽혀온 부산·울산·경남은 이재명 후보가 41%, 김문수 후보는 39%로 비슷했다. 연령별로도 70대 이상(이재명 31%, 김문수 52%)과 지지도 차이가 거의 없는 60대(이재명 46%, 김문수 45%)를 제외하고 이재명 후보가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입소스가 한국경제 의뢰를 받아 16~1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51%, 김문수 32%, 이준석 7%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지 후보 없음, 모름, 무응답’ 등 소극 투표층을 제외한 응답자를 모수로 해 환산하면 이재명 56.67%, 김문수 35.56%, 이준석 7.78%로 이재명 후보와 다른 후보 간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졌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소극 투표층을 제외할 경우 이재명·김문수 후보 지지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건 실제 득표율 격차가 현 여론조사 결과보다 더 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이재명 압승론’이 퍼지면서 범보수 진영의 ‘반(反)이재명 빅 텐트론’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 밑으로 보수 진영 인사들이 지지를 선언하고 합류하는 흐름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최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4강에 올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들을 비롯해, 국민의힘 출신 김상욱 의원, 개혁신당 정책위의장 출신 김용남 전 의원도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사람이 떠나고 ‘빈 텐트’가 돼가고 있다. 오히려 ‘빅 텐트’는 우리가 짓고 있다”고 했다.

김구 묘역 찾은 이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하고 취재진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뒤편은 민주당 김용만(왼쪽)·장경태 의원. 김 의원은 김구 선생 증손이다. /남강호 기자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압승하면 새 정부에서 여러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더라도 국민적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재판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이 후보가 기소된 혐의와 관련된 근거 조항을 없애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이 후보 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 판결을 선고한 대법원 압박용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 법안 등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 그 밖에 사회적 쟁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상법 개정안 등도 이 후보 득표율이 높으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처리할 수 있다고 민주당이 본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현재 여론조사 흐름이 선거일까지 이어지면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재명 후보가 최다 득표와 최대 득표율, 최대 득표율 차 당선 같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현재의 선거 국면이 ‘이명박 대세론’ 속에 치러져 역대 최저 투표율(63%)을 기록한 17대 대선과 비슷해 기록 경신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수층 결집도 변수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50.2%, 김문수 35.6%, 이준석 8.7%였다. 이재명 후보는 전주보다 1.9%p 하락했고,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각각 4.5%p, 2.4%p 올랐다. 리얼미터는 “이재명 후보 우세 흐름은 유지된다”면서도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확정, 공식 선거운동 시작 등으로 인한 보수층 결집으로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