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도가 각각 30% 안팎과 8%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지도가 50%를 넘어선 여론조사 결과가 19일 추가로 나왔다. 구(舊)여권에선 “‘이재명 독주’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보수 진영 후보들이 단일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509명을 조사한 차기 대선 주자 적합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50.2%로 나타났다. 김문수 후보는 35.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7%를 기록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도를 합산(44.3%)해도 이재명 후보에게 5.9%포인트(p) 차로 뒤진 수치다. 지난 16~17일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이재명 49.2%, 김문수 36.4%, 이준석 9.4%로 집계됐다.
이 조사들에는 시점상 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17일), 대선 후보 첫 TV 토론(18일) 같은 요인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범보수 진영 후보인 김문수·이준석 후보 지지도가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정치 전문가들 의견은 대체로 일치한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는 “김 후보가 자기에게 불리한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 구도를 깨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구도에서 중도·보수층은 김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첫 TV 토론을 계기로 지지도 상승을 기대했던 이준석 후보도 10% 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스 대표는 “이 후보가 대안 후보로서 나섰지만 아직은 국가적 위기를 타개할 만한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못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구여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독자적으로 완주해서는 이 후보 집권을 저지하기가 어렵다”며 “이제는 두 사람이 분진(分進)만 해서는 어렵고 합격(合擊)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청에서 개최한 ‘약자와의 동행’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후보는 “우리 당이 그동안 (이 후보에게) 잘못했다”며 “어제 TV 토론회에서 저의 지지자들은 ‘MVP는 이준석’이라더라”고 했다. 그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를 다른 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헤어져 있지만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타노스’를 막으려면 진정한 원 팀이 되어야 한다”며 “이준석 후보는 ‘어벤저스 어셈블(Avengers Assemble)’을 외쳐 달라”고 했다. 타노스는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 나오는 악당 캐릭터고 어셈블은 악당에 맞선 영웅들의 결집을 말한다.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맞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도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보수 진영을 규합해 선거를 치러보려는 선의를 의심하지 않지만 (단일화는) 이길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총선 때 경기 화성을 선거구에서 민주당·국민의힘 후보와 3자 대결을 벌여 승리한 ‘동탄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범보수 진영에선 “김·이 후보가 단일화가 아니더라도 중도·보수층에게 투표장에 나올 동기를 부여하는 헌신·감동의 선거 캠페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이 후보의 지지율은 갇혀 있고, 더욱이 둘이 갈라져 있다면 범보수 성향 유권자 상당수가 기권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범보수 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여권 관계자는 “김·이 후보가 범보수층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도록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대선 후 보수 진영이 분당(分黨) 등 극심한 혼란에 빠져 궤멸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