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18일 개헌(改憲) 구상을 발표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함께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제한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게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 본인과 직계 가족의 부정부패·범죄와 관련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가 당대표를 할 때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의 각종 비위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특검 법안을 수차례 통과시켰지만, 번번이 대통령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그런 만큼 이 후보가 집권하면 대통령 관련 부패나 범죄를 수사하는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헌법에 못을 박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 후보 관련 형사재판을 무력화하는 각종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선고하자, 민주당은 이 후보의 혐의 자체를 처벌할 수 없게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게 대표적이다. 이 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 후보는 면소(免訴) 판결을 받아 범죄 자체가 없던 일이 된다. 민주당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추진 중이다. 이 후보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가 받고 있는 5건의 형사재판은 모두 정지된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모두 그가 수혜자가 될 이해충돌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이 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처리 시점을 이 후보 대통령 당선 직후로 잡고 있다는 말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새 정부에서 지명된 국무위원이 취임하기 전에 법안이 정부로 넘어올 경우 윤석열 정부 장관들로 구성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결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 후보도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을 말리지 않고 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이날 밝힌 개헌 구상 취지대로라면,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자기 형사재판을 무력화하는 이 법안들에 대해 ‘1호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막자”는 이 후보 제안은 그 의도를 의심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