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장련성 기자

안철수(63) 국민의힘 상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본지 인터뷰에서 “경선과 후보 단일화 후유증으로 당이 사분오열 상태이지만, 하루빨리 모두 힘을 합쳐야 ‘이재명 민주당’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며 “우리 당의 후보가 되겠다고 나섰던 정치인이라면 결과가 어떠했든 대선 마지막까지 함께 뛰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 등 경선에서 김 후보와 레이스를 벌인 주요 인사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해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우리 당 김문수 후보의 장점은 경기지사 시절 업적으로 증명된 뛰어난 행정 능력과 청렴함”이라며 “김 후보가 운신의 폭을 넓히고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하려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하루빨리 당적을 정리하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집권해 입법·행정·사법 권력을 모두 장악하면 민주주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쉽지 않은 대선이지만 국민이 균형 감각을 발휘해 주리라 믿는다”고 했다.

-대선까지 3주도 안 남았다. 판세를 어떻게 보나.

“쉽지 않다. 민주당은 부산·경남(PK) 득표율을 최소 40~50%로 바라보는 것 같다. 대구·경북(TK)에서도 ‘일 한번 내보겠다’며 혈안이 돼 유권자들과 만난다. 그러나 우리 당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을 아직 완전히 수습하지 못했다. 앞서가는 민주당이 똘똘 뭉쳐 있고 추격해야 할 국민의힘은 사분오열인 상황이다.”

-유세장 분위기는 어떤가.

“퇴근길 직장인이나 청년들을 더 만나기 위해 심야 도보 유세를 하고 있다. 김 후보 선거 포스터를 LED 패널로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는 일명 ‘반딧불 청년 유세단’과 함께 제 지역구인 경기 분당 지역을 누벼봤다. 대장동·백현동이 있는 동네이고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경기지사를 할 때 피해를 본 분이 많아서인지 ‘이재명을 꼭 이겨 달라’ ‘정권을 절대 넘겨줘선 안 된다’고 성원하는 분이 많아 놀랐다. 이번 주말에는 광주(光州)를 시작으로 대구와 부산 등도 찾을 계획이다.”

-김문수 후보가 득표력을 높일 방법은.

“요즘 우리 당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대장선(大將船)을 타고 앞에 나와서 싸우는데 나머지 12척이 뒤에서 쳐다보기만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모두 함께 싸워야 한다. 한동훈 전 대표나 홍준표 전 시장, 한덕수 전 총리 등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뛰어들었던 분들은 끝까지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당이 단합해야 중도층과 2030 청년 세대를 겨냥한 외연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의 핵심 키워드는 뭐라고 보나.

“경제와 의료, 통상이다. 먹고사는 게 너무 어려우니 경제 좀 꼭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의료 현장도 작년 정부의 의대 증원 파동 이후 수습이 안 돼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죽은 ‘초과 사망자’가 1만여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무너져 있다. 김 후보가 내게 의료와 AI(인공지능) 분야는 꼭 좀 맡아달라고 해서 힘을 쏟고 있다.”

-김 후보의 강점이 뭔가.

“일을 할 줄 아는 행정가라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에서 집계한 경기도 경제성장률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상반기까지는 성장률이 4~6%대였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지사직을 이어받은 후 2.3%(2019년)로 급전직하한다. 판교·광교 신도시 조성과 GTX 건설, 삼성 반도체 공장 평택 유치 등 경기도의 곳간을 불릴 주요 사업은 다 김 후보가 지사 때 한 거다. 이 후보는 거기서 나오는 수익을 자기 돈처럼 퍼준 것밖에 없다.”

-김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청렴해서 ‘부패’ 논란이 없다. 측근들도 모두 무사하다. 김 후보의 태도도 유연하다. 현안에 대해 정무적 조언을 드렸더니 굉장히 귀 기울여 들으며 질문도 많이 하시더라. 윤 전 대통령은 본인 마음에 안 드는 얘기를 하면 답을 안 했다. 이번 대선이 ‘윤석열·이재명 선거’가 아닌 ‘김문수·이재명 선거’가 되려면 국민께 먼저 사과드리고, 그다음에 우리 당이 나라 경제 파이를 키울 유능한 정당임을 정책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김 후보께 말씀드리고 있다.”

-이번 대선의 변수는 뭐라고 보나.

“보수·진보 양 진영 표심은 시간이 갈수록 결집할 것이다. 결국 중도층 표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다. 김 후보나 당이 강성 지지 세력 목소리에 너무 휘둘리면 안 된다. 선거를 뛰어보면 지지율이 15%만 되어도 인파가 구름처럼 모이는 것 같고 당선될 것 같지만 다 허상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도층에 레이더를 맞춰야 한다.”

-윤 전 대통령 당적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윤 전 대통령이 통 크게 내려놓고 탈당하는 게 좋다. 그래야 김 후보가 운신할 공간이 생기지 않겠나. 하루라도 빨리 결심해 주셨으면 한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탈당을 안 하는 게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민심과 거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우리 당이 수도권엔 의석이 몇 석 없고 사실상 ‘영남당’처럼 되다시피 하니 하는 말 아닌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보나.

“이 후보 득표율이 10%를 넘긴다는 보장이 없으면 그가 완주하기 쉽지 않다. 이 후보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주고서라도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이 후보 마음에도 ‘단일화 불씨’가 살아있다고 본다.”

-후보 교체 시도 무산 파동으로 당이 시끄러웠는데.

“다행히 당원들의 힘으로 교체 시도가 무산돼 국민의힘이 민주주의가 살아 있는 정당, ‘이재명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정상적인 정당이라는 점이 증명됐다. 앞으로 외부 인사를 데려와 당의 간판으로 세우려는 시도도 없을 것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장악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데.

“맞는 말이다. 다만 저는 국민들의 균형 감각을 믿는다. 민주당이 압도적 국회 권력으로 행정부와 사법부를 탄핵으로 마비시켜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것을 국민들이 똑똑히 봤다. 세계사적으로 한 정당이 권력을 독식해서 잘된 나라가 없다. 대법원 판결로 선거법 유죄가 사실상 확정된 것과 다름없는 이재명 후보가 그럼에도 당선된다면 법이 무력화되는 ‘왕정’과 다름없어진다. 국민이 그 꼴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는 누구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의사 면허를 따고 기초 의학을 연구하다가 1988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 백신 ‘V3’를 개발하고 1995년 안철수연구소(안랩)를 세웠다. 2011년 정치에 입문해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 국민의당 대표 등을 지냈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해 후보직을 사퇴했다. 22대 총선 때 경기 분당갑 선거구에서 4선에 성공했다. 이번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진출자 중 유일하게 김문수 후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