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脫黨) 문제를 주말까지 매듭지어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오는 18일 열리는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전에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5일째를 맞은 이날까지도 윤 전 대통령은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당적 정리를 둘러싼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지지도 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와 관련해 “주말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오늘 오후 중 (윤 전 대통령 측에) 연락을 취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시일 내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하겠다”고 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에 “찾아뵙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미 전직 대통령과 관계에 대한 절연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당무(黨務)고 당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조만간 결정 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에게 윤 전 대통령 출당(黜黨), 탄핵 반대 사과 등을 요구해 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5월 18일 대통령 후보 토론 이전에’ 김문수 후보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하게 시간을 주자는 의견도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선거대책위나 당 관계자들이 (탈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탈당 여부를 김문수 후보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후보는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해왔다.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도 “(윤 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실 문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일부 측근도 이날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舊)여권 인사는 “최적의 시기를 김문수 후보가 판단해 알려주면 (탈당을) 결행하겠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입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만약 윤 전 대통령이 주말까지 탈당을 결행하지 않을 경우 당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원권(黨員權) 관련 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처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행위에 가담했다고 판결받은 사람의 당적 보유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을 당규에 신설하는 방안이다.
윤 전 대통령 탈당 여부가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에선 “중도층을 흡수해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 추격이 버거운 마당에 민주당이 가장 원하는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도는 51%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4월 4주) 때보다 13%포인트(p) 오른 수치로,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를 기록했다.
김 후보는 대선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 중도층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서울에선 50%가 이 후보를, 28%가 김 후보를 지지했다. 대전·세종·충청에서도 이 후보 46%, 김 후보 29%였다. 중도층에선 52%가 이 후보, 20%가 김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와 계엄·탄핵에 대한 반성 문제에 휘말려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에 중도층 유권자들이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 파동 여파도 김 후보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 후보는 33.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후보 확정 직전 진행된 5월 둘째 주 조사에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지지도 합은 38.3%였는데 김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됐음에도 한 전 총리 지지세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51.9%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