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문화의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장련성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脫黨) 문제를 주말까지 매듭지어야 한다고 16일 밝혔다. 오는 18일 열리는 첫 대선 후보 TV 토론 전에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 5일째를 맞은 이날까지도 윤 전 대통령은 탈당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당적 정리를 둘러싼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지지도 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와 관련해 “주말까지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며 “오늘 오후 중 (윤 전 대통령 측에) 연락을 취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시일 내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하겠다”고 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측에 “찾아뵙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은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이미 전직 대통령과 관계에 대한 절연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당무(黨務)고 당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조만간 결정 날 것”이라고 했다.

김용태(왼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는 김기흥 전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격려하고 있다./뉴스1

김 후보에게 윤 전 대통령 출당(黜黨), 탄핵 반대 사과 등을 요구해 온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5월 18일 대통령 후보 토론 이전에’ 김문수 후보님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스스로 결정하게 시간을 주자는 의견도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선거대책위나 당 관계자들이 (탈당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탈당 여부를 김문수 후보에게 맡기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후보는 “탈당 여부는 윤 전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해왔다.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이날도 “(윤 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판단하실 문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 일부 측근도 이날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舊)여권 인사는 “최적의 시기를 김문수 후보가 판단해 알려주면 (탈당을) 결행하겠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입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만약 윤 전 대통령이 주말까지 탈당을 결행하지 않을 경우 당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원권(黨員權) 관련 당규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처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행위에 가담했다고 판결받은 사람의 당적 보유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을 당규에 신설하는 방안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6일 오후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에서 가진 유세에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스1

윤 전 대통령 탈당 여부가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에선 “중도층을 흡수해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 추격이 버거운 마당에 민주당이 가장 원하는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도는 51%를 기록했다. 직전 조사(4월 4주) 때보다 13%포인트(p) 오른 수치로,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29%,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8%를 기록했다.

그래픽=양진경

김 후보는 대선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과 충청 지역, 중도층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크게 밀리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서울에선 50%가 이 후보를, 28%가 김 후보를 지지했다. 대전·세종·충청에서도 이 후보 46%, 김 후보 29%였다. 중도층에선 52%가 이 후보, 20%가 김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후보가 윤 전 대통령 탈당 문제와 계엄·탄핵에 대한 반성 문제에 휘말려 전열을 정비하지 못하면서 국민의힘에 중도층 유권자들이 마음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 파동 여파도 김 후보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김 후보는 33.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후보 확정 직전 진행된 5월 둘째 주 조사에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지지도 합은 38.3%였는데 김 후보가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확정됐음에도 한 전 총리 지지세를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는 51.9%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