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휴가 내고… 광주 내려가 김문수 지지 유세 - 박은식 국민의힘 광주(光州) 동·남구을 당협위원장이 14일 동구문화센터 사거리에서 대선 지원 유세 차량에 올라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후보가 민주당이 전유물처럼 여겨온 민주화, 노동운동 관련 어젠다를 국민의힘 의제로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영근 기자

박은식(41) 국민의힘 광주(光州) 동·남구을 당협위원장은 수도권의 한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일명 ‘페이닥터’다. 그는 최근 병원에 휴가를 내고 고향 광주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14일 광주 남광주시장에서 지원 유세를 하고 본지와 인터뷰한 박 위원장은 “우리 당이 광주 지역에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시민들이 더 냉담하다”고 했다. “손가락질을 하거나 욕을 하는 시민이 있으면 가서 설명이라도 하고 설득을 하는데 아예 무반응”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계엄·탄핵 사태 여파로 분석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국민의힘이 그를 배출한 정당이란 사실이 사라지느냐”라며 “남이 대신 해주는 사과는 의미 없다. 윤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수 세력이 재기하려면 “정책 중심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내과 전문의인 박 위원장은 2023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맡았고 작년 총선 때 광주 동남구을 선거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했지만 8.8% 득표율로 낙선했다.

−당 차원의 선거운동 지원이 늦어졌다는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광주에 내려가 보니 유세차는 있는데 후보 이름 등을 알리는 래핑이 안 돼 있더라. 선거운동용 티셔츠에도 국민의힘과 2번이라는 기호만 적혀 있을 뿐 김문수라는 이름이 없었다. 막판까지 단일화 내홍을 겪느라 준비가 안 된 것이다.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김 후보 이름이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광주 민심이 어떤가.

“차갑다 못해 얼음장처럼 냉담하다. 지난 대선 때는 선거운동을 하면 다가와 침을 뱉거나 욕을 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러면 가서 설명이라도 하고 대화를 나눴다. 이제는 아예 무관심이다.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간다.”

−왜 그렇다고 보나.

“‘찍어줘봤자’란 반응이다. 지난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12.72% 득표율을 기록했다. 보수 정당 후보가 광주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12·3 계엄 사태를 거치며 잠시 마음을 내줬던 이들마저 국민의힘에서 마음을 싹 돌렸다.”

-국민의힘에 대한 광주 시민의 불신이 심각하다는 건가.

“광주 시민들에게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상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후 국민의힘 사람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들을 한 게 더 큰 문제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면 민심이 좀 나아질까.

“탈당한다고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사실, 국민의힘이 그를 배출한 정당이란 사실은 바뀌지는 않는다. 후보와 다른 의원들이 백날 사과해 봐야 소용없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나와 국민께 석고대죄해야 한다. 사저로 돌아간 날에 ‘이기고 돌아왔다’고 말한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윤 전 대통령은 자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광주광역시 동구 지원동 동구문화센터 사거리에서 국민의힘 박은식씨가 유세차량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김영근 기자

−선거운동 지원에 나선 까닭은.

“전쟁이 났으면 나가 싸워야지 잘잘못을 따지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앉아 있을 수 있나. 미우나 고우나 우리 후보는 김문수다. 그래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썼나, 측근이 죽어나가도 모른 척을 했나. 경기도지사 두 번 하며 GTX를 시작하는 등 이재명의 대장동, 지역 화폐보다 훨씬 낫다.”

−김 후보에게 아쉬운 점이 있나.

“전광훈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한 점이다. 김 후보는 일부 광장 세력과 관계를 끊어내야 한다.”

−김 후보는 “광장 세력과도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일부 극단적인 강성 보수층을 제외한 우파의 광장 에너지는 건강한 방식으로 발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란봉투법 반대, 간첩법 제정과 같은 정책적 목소리는 국민들과 함께 내야 한다.”

−김 후보의 강점은 뭔가.

“이번 기회에 그간 민주당이 전유물처럼 여겨온 민주화, 노동운동 관련 어젠다를 국민의힘 의제로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일 안 하고 정치 투쟁만 하는 1%의 귀족 노조가 아닌 99%의 진짜 노동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호남에서 김 후보가 선전할 수 있을까.

“호남에도 자유와 공정의 가치를 지지하는 보수 세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정서상 국민의힘은 찍기 어려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 이 후보와 단일화는 필수다.“

−호남에 어떤 공약이 필요한가.

“생활 밀착형 공약이 절실하다. 지난 대선 때 윤 전 대통령이 광주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복합 쇼핑몰 건설 공약이 유효했다고 본다. 아직도 호남에는 코스트코와 이케아가 없다. 수도권이나 영남권 주민들이 누리는 생활의 편의를 호남 주민들은 누리지 못했다.”

−이번 국민의힘 경선과 후보 교체 소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진들이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났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동훈 전 대표와 토론에서 키 높이 구두, 보정 속옷을 언급했다. 후배 정치인에게 할 질문인가. 내가 다 부끄러웠다. 김문수 후보는 당원에게 한덕수 전 총리와 단일화를 약속했지만 결국 안 지켰다. 당 지도부는 새벽에 후보를 교체하는 황당한 일을 벌였다.”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시도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보나.

“단일화 시도는 당시 우리 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본다. 이 때문에 11일 이전에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당원 여론도 87%에 달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랬던 당원들도 당 지도부가 새벽에 후보를 교체하는 걸 보고 마음이 차갑게 돌아섰다. 절차와 공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보수의 가치 아닌가.”

−한동훈 전 대표와 한덕수 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한 전 총리가 김 후보가 제안한 선거대책위원장직을 거절한 것을 보고 실망했다. 한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가 지금 당원 가입 운동을 벌인다고 대선에 어떤 도움이 되나. 지금은 들어와서 싸워야 한다. 이재명 후보 집권은 막아야 하지 않나. 두 분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과 당원이 다 평가해줄 것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어떻게 재건해야 할까.

“언제부턴가 우리 당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사라졌다. 이재명은 동의하긴 어렵지만 ‘기본소득’이라는 자기 정책 상품이 있다. 대통령과 친하다거나 대통령에게 반대했다는 게 정치적 자산이 된다는 게 말이 되나. 보수의 정책과 가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박은식은

전남 무안 출신 아버지, 화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1984년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전형적 민주당 지지 집안 출신이지만 대학(한양대 의대)에 진학하면서 보수 우파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호남의 특수성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모인 단체 호남대안포럼의 대표를 맡다 2023년 말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다. 작년 총선 때 광주 동남구을 지역에 공천을 받아 출마했지만 8.8%를 얻고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