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왼쪽)와 홍준표 전 대구시장./남강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홍준표 캠프’에서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의 영입을 추진했지만 13일 무산됐다.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 차원에서 이 명예교수를 영입하려 했지만 내부 반발이 커지자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캠프에 조인(join)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류 경제학적 이야기를 이 후보에게 전하고자 한다”며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상처뿐인 상태로 버려지더라도 경제적 자유를 위한 마지막 외침을 해보고 제 사회적 기여를 끝내고자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명예교수 영입으로 좌우 세력이 연대해 이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도 페이스북에 “홍준표 선배님은 상대 진영에 있는 분이지만 밉지 않은 분이었다”며 “선배님의 국가 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좌우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명예교수의 캠프 합류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내부와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병태는 안 된다”는 반대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이 명예교수가 과거 문재인 정부의 반일(反日) 기조를 비판하며 “국교 정상화를 했으면 어느 나라든 친하게 지내야 한다. 친일은 당연한 것”이라고 한 발언 등을 문제삼았다. 이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선 “치매인가, 정신분열증인가”라고 했었다.

민주당은 13일 오전까지는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이 명예교수에 대해 “경험과 경력이 많은 분”이라며 “내란 사태에 대해선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탄핵에 찬성하고 계엄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캠프 안팎에서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이 명예교수가 “선대위 직에 연연하지 않고 나라의 통합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이재명 후보의 정치가 성공하도록 언제든 조언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선대위 합류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 영입과 별개로,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홍사모’, ‘홍사랑’, ‘국민통합찐홍’ 등 단체 회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민주당사에서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며 “이 후보가 통합을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 후보와 공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