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김용태 의원이 12일 국회 본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남은 20여일 빠르게 변화해서 국민께 믿음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장련성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김용태(35) 의원은 12일 본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거취는 당에서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결단할 문제”라며 “윤 전 대통령이 결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차원에서 출당(黜黨) 조치를 하거나 탈당을 요구하는 것보다 윤 전 대통령이 자진해 탈당하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김문수 후보가 젊었을 때처럼 정치 개혁을 잘해 내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전날 김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하면서 “내가 힘을 실어주겠다. 젊은 시절의 나만큼 정치 개혁을 잘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김 후보는 지난 2004년 총선 때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 속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중진 37명을 불출마시키며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을 들었다. 김 의원도 과감한 당내 개혁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김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지지자들과 국민들을 실망시켜 드린 부분도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며 “우리 당이 남은 20여 일 동안 바뀌는 모습을 하나씩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오는 15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대위원장에 정식으로 임명된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이 1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채 상병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국민의힘

-국민의힘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 때 비대위원으로 있으면서 홀로 반대했다는데.

“‘김 후보가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후보 교체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주장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당원들이 선출한 후보의 지위를 박탈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 후보가 왜 비대위원장직을 제안했다고 보나.

“김 후보와 대화해 보니 이 나라의 주인공은 청년이라 생각하더라. 김 후보도 학생 때부터 민주화 운동을 해왔고 국회에 들어와서도 정치 개혁에 몸을 던진 분이다. 구태 정치 청산에 (22대 국회 최연소) 막내 의원인 내가 앞장서라는 게 김 후보 뜻 같다.”

-위원장직을 수락한 까닭은.

“어제 김 후보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하기에 ‘계엄·탄핵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 의원이 하고 싶은 대로 정치를 개혁하고 관련 메시지도 공개적으로 내라’고 했다. 김 후보가 젊을 때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보여준 의지와 신념을 돌아보면서 나와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엄·탄핵 사태와 관련해 김 후보가 전향적인 입장을 낼 수 있다는 뜻인가.

“김 후보가 윤석열 정부의 과오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도록 하는 게 내 과제다.”

김 의원 인터뷰는 이날 오전 진행됐고, 이날 오후 김 후보는 “계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얼굴마담’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준석·한동훈 당대표 시절 당내 개혁이 왜 미완에 그쳤는지 가까이서 지켜봤다. 선배들이 하지 못한 정치 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

-일각에선 김 후보를 ‘아스팔트 보수’로 평가하는데.

“김 후보에겐 1세대 노동운동가, ‘공천 개혁’ 정치인, 재선 경기지사 업적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가 많다. 남은 20여 일 동안 정직하게 자기 자리에서 그 무엇인가를 일군 김문수를 발굴해 젊은 세대 눈높이에 맞게 소개할 것이다.”

-김 후보의 어떤 스토리가 젊은 세대에게 통할 것이라고 보나.

“김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경기 포천 한센인 정착 마을부터 찾았다. 김 후보는 15년 전 경기지사를 할 때 그곳에서 한센인들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과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한센인들이 운영하던 무허가 염색 공장을 섬유 산업 단지로 조성했고, 한글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설도 만들어줬다. 김 후보가 이번에 방문하자 한 마을 주민은 ‘당시 사람들은 우리를 괴물 취급하듯 핍박하고 돌을 던졌지만 김 후보는 우리와 함께 하룻밤을 새우고 함께 밥을 먹었다.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늘 지켜보고 안아주는 분’이라는 감사 편지를 낭독했다. 이런 사람이 김문수다.”

"후보 되면 다시 올게요" 15년전 약속 지켰다 -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첫 지역 일정으로 4일 경기 포천 장자마을(한센인 마을)을 방문해 주민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장자마을은 한센인들이 운영하던 무허가 염색공장을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섬유산업단지로 조성한 마을이다. 2010년 김 후보는 이곳에서 이틀간 머물며 '대통령 후보가 되면 다시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최종국 장자마을 대표는 "광역지자체장이 여기 오신 건 처음이었다. 약속을 지켜 다시 오신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고 했다. /남강호 기자

-오늘 선대위 회의에서 ‘대통령과 협치 못 한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를 염두에 둔 것인가.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몰랐다는 건 대통령실과 협치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한 전 대표가 잘한 부분도 있지만, 과오는 인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한 전 대표는 김 후보에게 ‘계엄과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는데.

“한 전 대표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하겠다. 한 전 대표와 그를 지지하는 의원과 당원까지 끌어안고 통합 선대위를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설정은 어떻게 할 건가.

“당에서 탈당 요구를 하기보다는 윤 전 대통령 스스로 결단할 문제다. 김 후보가 적절한 시기에 말씀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나는 이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에서 축출될 때 최고위원으로서 당내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같이 싸웠다. 그 진정성을 이 후보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여론조사상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독주하는데.

“1948년 미국 대선에서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 회사들은 막판까지 공화당 후보의 당선을 점쳤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승리였다. 이번 대선은 계엄·탄핵 직후에 치러지는 특수한 선거다. 우리가 얼마나 더 혁신하고 반성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도 싫고, 윤석열도 싫다’는 게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그분들의 선택을 받도록 내가 역할을 하겠다.”

☞김용태는

199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잠신고와 광운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에너지환경 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육군 중위로 병역을 마쳤고 2020년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경기 광명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청년 최고위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작년 총선 때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돼 22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 됐다. 작년 5월 구성된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와 그해 12월 출범한 ‘권영세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