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2일 제21대 대선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가짜 진보’를 찢어 버리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가짜 진보’로 규정하고 선명한 노선 대결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서울 가락시장과 대구 서문시장을 차례로 방문했다. 20대 때 7년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한 김 후보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민·경제 대통령’을 내건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국민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진보이지, 가난하게 하는 것이 진보인가”라고 했다. 탈북자 출신 박충권 의원과 북한 실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발언이다. 김 후보는 “배고픔과 억압 등 여러 고통에 처한 북한 동포를 우리가 구원해야 한다”며 “자유가 풍요를 가져다주고, 풍요가 북한 꽃제비(거지)도 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가 북한 체제를 비판하며 ‘가짜 진보’를 언급했지만 국내 진보 진영과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김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북한 (주민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정당은 국민의힘 하나밖에 없나. 민주당은 못 하느냐, 진보당도 못 하느냐”라고 물었고 박 의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후보는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에서 너무 중요한 것이고, 시장에서 사고팔고 하는 것이 자유”라고 말했다. 시장경제를 제대로 운용해 성장과 풍요를 달성하겠다는 주장이다.
김 후보는 현장 유세에서도 “경제 대통령, 시장(市場)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새벽 5시 첫 선거운동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시작했다. 그는 시장 청과물 상인들과 인사하면서 “요즘 장사가 잘 안 되죠”라며 말을 건넸고, 상인들은 “너무 어렵다. 김 후보님이 많이 도와 달라”고 했다. 김 후보는 취재진에 “대한민국 경제가 장기적 침체 국면에 들어섰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에 처한 현실이 (시장에서) 잘 보인다”며 “힘들게 밤잠 안 자고 일하는 땀과 노고가 반드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저는 더 낮은 곳에서 뜨겁게 여러분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오후 5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서는 “어려워진 경제를 살려내는 확실한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경북고 3학년 때 3선 개헌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주도한 일로 징계를 받게 됐을 때 “거짓말로라도 반성하면 봐주겠다”는 선생님 설득에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고 버텼던 일을 거론하며 “저는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모든 말을 확실하게 실천하고 행동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위증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경북 영천 출신으로 대구의 경북중·고를 나온 김 후보가 선거운동 첫날 서문시장을 찾은 것을 두고 “보수 진영의 결집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후보는 이날 저녁 한 방송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 후보는 계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지만 공개 석상에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김 후보는 “계엄을 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워한다. 정치도 어렵지만 수출·외교 관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