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경기 성남 판교에서 IT 기업 근무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남강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1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더는 과거에 사로잡히거나 이념, 사상, 진영에 얽매여 분열할 여유가 없다”며 “이제부터는 진보의 문제도 보수의 문제도 없다. 오로지 대한민국의 문제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내란 청산’과 ‘빛의 혁명’을 외치며 선거운동을 시작한 이 후보는 이후 판교·동탄·대전을 방문해 ‘경제’와 ‘통합’을 강조했다. 이 지역은 AI(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 중심지다. 민주당은 이를 ‘K-이니셔티브 벨트’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이 후보는 이날 광화문 청계광장 출정식에서 연단에 오르자마자 “세상을 밝게 비추는 문, 광화문(光化門)이란 이름 그대로 우리는 이곳에서 칠흑 같은 내란의 어둠을 물리쳤다”며 “헌법 제1조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바로 이 국민주권의 현장에서 국민과 함께 희망의 세력을 확실하게 열어젖히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방탄복 위에 파란색 선거운동 점퍼를 입었다. 경찰은 이 후보 경호에 기동대 6개 부대를 배치했다. 이 후보는 “3년 전 대선에서 미세한 승리를 하고도 모든 것을 차지한 저들이 교만과 사리사욕으로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었다”며 “사회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어 대선 후보가 방탄복을 입고 유세를 해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곧이어 “이번 대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대결이 아니다. 민주당 후보인 동시에 내란 종식과 위기 극복, 국민 행복을 갈망하는 모든 국민의 후보로서 이번 선거에 임하겠다”며 “더 낮은 자세로 대통령의 제1 사명인 국민 통합에 확실하게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이날 신은 운동화는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과 국민의힘 상징인 빨간색이 섞인 디자인이었다. 좌우 화합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선거 점퍼의 기호 1번 숫자 아래에도 빨간색 삼각형 문양이 들어갔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경선에서 패배하고 탈당한 뒤 미국 방문에 나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해 “낭만의 정치인”이라며 “미국 잘 다녀오시라.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는 글을 올렸다. 홍준표 경선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는 “주류 경제학적 이야기를 이 후보에게 전하고자 한다”며 이 후보 캠프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출정식 후 이 후보는 판교·동탄·대전을 차례로 방문해 경제와 통합 관련 메시지를 내놨다. 첨단 산업이 몰린 판교의 한 카페에서 IT 개발자 10여 명과 브라운백미팅(점심을 먹으며 편하게 진행하는 토론)을 진행한 이 후보는 “산업 자체의 발전으로 인한 혜택을 모두가 함께 누리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개발자와 구성원도 결과를 함께 나누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했다. “창업 지원, 스타트업 지원을 대규모로 늘릴 생각”이라고도 했다.

경기도 동탄 센트럴파크 유세에서는 반도체 웨이퍼에 ‘세계 1위 반도체 강국 도약’이라 적고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였다. 동탄 인근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이 있다. 이 후보는 대전에서는 “돌아가신 장인 고향이 충청도다. 나는 충청의 사위”라며 “행정수도, 과학기술 중심 도시를 대전에 선물로 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떤가”라며 “인생도 짧은데 그런 유치한 정권 다툼 놀이 그만하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게 진정 행복 아니겠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