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덕수 대통령 선거 후보 사무실에서 한 후보가 국민들과 당원들께 하는 마지막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 후보가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읽은 뒤 퇴장하고 있다. /장련성 기자

주말 사이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는 24시간 만에 무위(無爲)로 끝났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는 안건을 전(全) 당원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는 법원에 ‘후보 자격 취소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저항했고, 국민의힘 일부 의원이 “정치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민의힘이 이틀간 소용돌이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0시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잇달아 소집해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 취소, 한 전 총리 입당 및 후보 등록 안건을 차례로 처리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김 후보에서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서 지난 9일 밤 의원총회를 소집해 ‘김문수·한덕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 결렬 시 대선 후보 재선출을 위한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한다’는 의원 동의(64명 참석에 60명 찬성)를 얻어 놓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9일 밤 10시 30분 김·한 측 단일화 실무 협상이 결렬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새벽 비대위 회의에서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강제적인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새벽 2시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김 후보 자격 취소를 공고하고 새벽 3시부터 1시간 동안 새로운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후보 신청자에게 이력서, 자기소개서, 병역·재산·납세·학력 증명서 등 32건의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그런데 무소속 예비 후보 신분인 한 전 총리가 새벽 3시 30분쯤 국민의힘에 입당 신청을 한 데 이어 후보 등록 신청까지 마쳤다. 신청자는 한 전 총리 1명뿐이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벽 4시쯤 비대위 회의를 다시 열어 한 전 총리를 후보로 지명하는 안건에 대한 전 당원 찬반 투표를 하는 ARS 조사에 들어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조사에서 후보 교체 찬성이 과반일 경우 1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한 전 총리를 최종 후보로 지명하는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국민의힘에선 이때까지만 해도 당원 투표에서 가결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김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등 당내 주요 비주류 인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전했다. 김 후보는 10일 오전 9시 40분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서울남부지법에 후보 자격 취소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후보는 그날 오후 5시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가처분 사건 심문 기일에 출석해 “전 세계 정당 역사에서 이렇게 (후보 교체를) 비민주적으로 하는 곳이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ARS 조사로 진행된 당원 투표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대선 후보 강제 교체” “당내 쿠데타”란 반발이 거세지면서 반대표를 던진 당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읍참마속의 뼈아픈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고, 한 전 총리도 오후 3시 30분 국민의힘 당사를 찾아 “국민과 당원들께 죄송하다”고 했지만 반발은 가라앉지 않았다. 김 후보에게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을 했던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이런 절차로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반대하고 나왔다. 김 후보와 경선을 벌였던 다른 인사들도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한동훈) “지도부의 만행”(안철수) “후보 약탈 교체”(홍준표)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10일 밤 11시 국민의힘 비대위에서 당원 투표 결과를 개봉한 결과 ‘후보 교체’ 반대가 찬성을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앞서 지난 7일 당원 대상 조사에선 응답자의 82.8%가 후보 단일화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김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격을 다시 회복했고, 권영세 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사퇴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도했던 후보 교체 작업이 당심(黨心)의 반발로 약 24시간 만에 무산된 것이다.

이에 김문수 후보는 10일 밤 입장문을 내고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 텐트를 세워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 측은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승리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후보 선출 일주일 만에 교체될 위기에서 기사회생했고,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 사직 후 대선 출마 선언 8일 만에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