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이 본지와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장련성 기자

국민의힘 김재섭(38) 의원은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만시지탄이지만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며 “빨리 윤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와 부정선거 음모론 등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성찰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김문수 대선 후보와 경선을 한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 안철수 의원 등에 대해서는 “경선 때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후보 집권을 저지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김 후보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으로 위기에 몰린 보수 세력이 재기하려면 “세대교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작년 총선 때 서울 도봉갑에서 처음 당선됐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후보 교체 시도가 무산됐다.

“우리 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잘못했다. 당원들이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은 이번에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후보를 무리하게 바꾸려는 과정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됐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나.

“한덕수 전 총리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한 전 총리가 막판까지 대선 출마를 두고 갈팡질팡했고, 그러다 보니 당 지도부도 강력하게 입당을 권하지 못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출마를 접었다.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한 전 총리가 부전승으로 최종 결선에 올라간 것처럼 인식됐고, 당 지도부가 후보 교체를 밀어붙여 그게 사실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줬다.”

-한 전 총리와 단일화하기가 애초 잘못된 구상이었다는 것인가.

“탄핵 반대파인 김문수와 찬성파인 한동훈이 경선에서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결국엔 양측이 화합해서 나가는 것만이 이번 선거의 유일한 해법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부전승처럼 올라가는 순간, 우리 당 경선이 2부 리그가 돼버렸다. 이후 한 전 총리와 단일화를 급박하게 추진하려다 좌초됐다.”

-당 지도부의 가장 큰 실책은 뭐라고 보나.

“계엄·탄핵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끝없이 반성하고, 윤석열 정부 3년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고, 부정선거를 믿고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에게 끌려다녔다. 중도 확장의 길로 차근차근 나갔다면 한 전 총리를 불러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과오는 반성해야 한다.”

-남은 22일 동안 대선 캠페인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왜 윤 전 대통령과 맺은 관계를 정리하지 못했다고 보나.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거리를 둬야 우리가 더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진영이 처참하게 몰락하는 걸 생생하게 겪은 트라우마가 당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 남아 있다. 두려움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 것 같다.”

-윤 전 대통령은 오늘 국민의힘을 향해 “단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는데.

“가장이 집에 불을 질러놓고 ‘불 열심히 끄라’고 훈수 두는 것인가. 무책임하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윤 전 대통령 때문에 많은 의원과 당원이 실망감과 열패감에 빠져 있다. 그런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재명 당선을 위한 빅 텐트에 들어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홍준표·안철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대선 경선에 나선 후보 8명 모두 ‘이재명만은 막자’고 했다. 그런데 경선이 끝나고 나서 이재명을 막기 위해서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이 후보를 막겠다는 말이 진심이면 김 후보를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당원들은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를 본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보나.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전 총리뿐 아니라 이준석 후보, 이낙연 전 총리와도 빅 텐트를 친다고 했으니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재명 후보를 막는 게 지상 과제라면 다 양보하겠다는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이 후보는 완주하겠다고 공언하는데.

“김·이 후보 지지율을 합쳐도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면 이 후보로선 정치적 선명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완주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 당이 승리 가능성을 키우고 이 후보와 단일화를 하고 싶다면 이 후보가 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양은 만들어줘야 한다.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부정선거와 계엄에 동조하거나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인사들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김 후보는 “광장 세력과도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정부와 국민 사이의 완충 지대가 정당이다. 이 완충 지대를 없애버리고 광장 세력을 정부와 맞닥뜨리게 하면 그 결과는 폭력·폭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광장 세력과 손잡겠다는 건 무책임한 얘기다. 그건 의원직을 걸고라도 막겠다.”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은 어떻게 재건해야 할까.

“일부 유튜버가 제기하는 음모론이나 극단적 담론을 과감하게 배제해야 한다. 진영을 넘어선 이야기도 많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란봉투법을 파업 조장법이라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노동시장 이중 구조로 차별받는 ‘노조 밖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이야기를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마다 외부에서 후보를 찾으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한 전 총리 단일화 실패 사례가 있으니 이젠 달라질 거라 본다. 결국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재선만 생각하면서 자리를 지키는 의원들은 이제 물러나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현역 의원들이 용퇴한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세대교체를 양보로 달성할 순 없다. 젊은 세대가 기득권 세대를 밀어내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의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간 우리를 지지하지 않았던 유권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건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할 몫이다.”

-이준석의 개혁신당도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데.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의 득표율을 보고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큰 충격을 받을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현명한 당원들께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세대교체의 동력을 만들어 주실 것이다.”

☞김재섭은

1987년 서울 도봉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사범대 부설 고교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2020년 총선 때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도봉갑에 처음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후보에게 패했다. 작년 4월 총선에서 두 번째 도전에 나서 민주당 안귀령 후보를 득표율 1.16%포인트 차로 꺾고 당선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출범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조직 부총장을 맡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줄곧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