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1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로 공석이 된 비대위원장에 초선 김용태(35) 의원을 내정한 것은 단일화를 둘러싼 내홍과 초유의 후보 교체 파동으로 만신창이가 되다시피 한 당을 복원하고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90년생인 김 의원은 국민의힘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김 의원은 당 공동 선대위원장도 겸직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김문수 대선 후보가 직접 제안했다고 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본격적인 대선 본선 경쟁을 앞두고, 당내 여러 목소리를 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 정치인이 당의 얼굴로 나서는 것은 ‘올드 보이’ 이미지가 강한 김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후보가 이날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선대위 공약개발단장으로 내정한 것도 이런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원장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가 빠른 단일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단일화할 맘이 없다면 후보 자격을 내려놔라”고 공개 비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에 대한 충심이 바탕이 된 것이라면, 자신에 대해 직언한 인물도 내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또 이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겪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만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 대통령 후보실에서 한 전 총리를 면담했다. 전날 밤늦게 후보 교체에 관한 전 당원 투표가 부결돼 김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둘은 치열하게 단일화 경쟁을 벌인 사이다. 그런 둘은 이날 만나자마자 먼저 포옹한 뒤 앉아 면담을 진행했다. 김 후보는 면담에서 “한덕수 선배님을 모시겠다”며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정말 죄송스럽게도 당원들의 뜻에 의해서 제가 선택이 됐지만, 저는 한덕수 선배님에 비하면 모든 부분에서 부족하다”며 “선배님을 모시고 제가 여러 가지를 배우겠다. 사부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김 후보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겠지만, (선대위원장직을 맡는 것은) 실무적으로 적절한지는 논의를 한 뒤 하는 게 좋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국면에서 자신에게 “한심하다”고 비판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유임시켰다. 권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도 했다. 김 후보가 당 지도부에 대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를 당의 몇몇 지도부가 끌어내리는 해당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를 전후해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 간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김 후보가 자신과 경쟁한 한 전 총리와 권 원내대표 등에 대해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 본선을 앞두고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인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금까지 자신과 대척점에 선 세력이라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결전을 앞두고서는 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신임 사무총장엔 4선의 박대출 의원이 내정됐다.
김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의원들을 향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잘하겠다.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일하겠다”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말과 행동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 대선 후보로서 저 역시 더 넓게 품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국힘 최연소 의원 김용태
1990년생으로 22대 국회 국민의힘 최연소 의원이다. 광운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에서 에너지환경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21년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으로 당선됐고, 작년 총선에서 경기 포천·가평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