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9일 밤 진행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실무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애초 계획한 단일 후보 결정 절차를 밟아 나가기로 했다. 김문수 후보 측이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하는 단일화 절차에 반발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이날 모두 기각되면서 자기들 계획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밤 10시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다수 의원이 김·한 후보 측이 실무 협상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단일 후보 결정과 관련한 권한을 비상대책위원회에 넘기는 데 동의함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아 나가기로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해 8~9일 당원·국민(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을 대상으로 김·한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이미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1위를 한 후보를 11일 소집하는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지명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최종 후보 지명에 앞서 10일 김·한 후보 중 1명을 단일 후보로 결정하는 안을 당원 투표에 부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런 방침을 정한 배경엔 서울남부지법이 이날 김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각각 제기한 가처분 신청 두 건을 모두 기각한 영향이 컸다.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은 지난 7일 ‘국민의힘이 8~11일 소집을 공고한 전국위와 전당대회 개최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김 후보는 전날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김문수이며 그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부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후보 지위 확인 가처분을 냈다. 대선 후보로서의 법적 지위를 법원에서 인정받아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하는 단일 후보 지명 절차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남부지법은 이날 “국민의힘이 전국위 개최 등을 추진하는 것이 정당의 자율성에 기초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난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이 김 후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한 후보 단일화 로드맵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8일부터 이틀간 당원·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김·한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국갤럽이 서울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6~7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김·한 후보 가운데 단일화 후보로 누가 더 좋으냐는 물음에 김 후보는 41%, 한 후보는 35%로 나타났다. 반면 응답자를 국민의힘 여론조사와 동일한 방식인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 한정하면 한 후보 55%, 김 후보 27%였다. 국민의힘이 진행한 국민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하는 ‘후보 등록 시한(5월 11일) 이전 단일화’에 반대해왔다. 김 후보는 대신 14일 한 후보와 TV토론을 하고 15~16일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결정하자고 역제안했다. 김 후보 측은 국민의힘이 경선 여론조사 때 적용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 적용을 하지 말자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지층도 조사 대상에 포함하자는 것이다. 한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 조항은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후보가 우선 11일 전에 무조건 단일 후보를 결정한다는 데 동의해야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가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화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8~9일 진행한 당원·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0일 당원투표를 진행하고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최종 후보를 지명하는 방안을 준비해 놓았다. 이럴 경우 김 후보가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 지명에 반발해 추가로 가처분 신청 등을 낼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어떤 근거도 없는 당내 불법 행위를 하는 분들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구해서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했다. 자기가 아닌 한 후보가 단일 후보로 최종 지명될 경우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