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이 9일 6·3 대선에서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의석수 3석의 진보당 김재연 대선 후보는 이날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원내 진출한 진보당 계열 정당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지난 대선 때 이 후보가 0.73%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던 결과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좌파 진영이 결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재연 후보는 이날 국회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린 ‘광장 대선 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진보당 대선 후보인 저는 광장의 힘을 내란 세력 청산과 사회 대개혁의 동력으로 모아낼 수 있는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며 “이재명 후보를 광장 대선 후보로 지지하며, 대선 예비후보 활동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자리, 어떤 역할로든, 내란 세력에 맞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싸우겠다는 광장에서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민주당(170석), 진보당(3석) 및 이미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밝힌 조국혁신당(12석)·기본소득당(1석)·사회민주당(1석) 당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에서 승리해 사회 대개혁을 이뤄내자”고 했다. 이들은 총선 비례대표 강화, 원내 교섭단체 기준 완화, 국민참여형 개헌 추진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 선언문도 채택했다.
김 후보의 대선 불출마로 이 후보는 원내 진출한 5개 범진보 진영 정당 가운데 유일한 대선 후보가 됐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대선 3일 전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사퇴한 적이 있으나, 대선 후보 등록 전에 범진보 단일화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이 진보당과 단일화 합의에 나선 배경엔 지난 대선에서 진보 진영의 표 분산이 대선 패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47.83%,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48.56%로 0.73%포인트 차이에 불과했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이 2.37%라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일각에선 통진당 후신 격인 진보당과 단일화가 되레 중도·보수층의 불신을 자극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로 대선이 치러지면서 ‘내란 세력과 대(對) 헌법 수호 세력’의 대결 구도가 됐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종북 논란은 의미 없고, 내란 세력 저지를 위한 총결집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한 표라도 더 긁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진보당이 향후 총선이나 지방선거 후보 단일화나 비례대표 배분 협상에서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 이날 채택된 공동 선언문엔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에 근거하여 결선투표제 도입, 의원 선거 시 비례성 확대 강화, 원내 교섭단체 기준 완화 등 정치 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사될 경우 진보당의 의석이 확대되고 국회 내 영향력도 대폭 상승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진보당 관계자는 본지에 “우리 쪽에서 민주당에 조건을 내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공동 선언문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약속을 받아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채택된 공동선언문 가운데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방통위·방심위 개혁과 언론 개혁’ ‘남북 간 평화·협력 체계 구축과 주권 실현’ ‘식민지·국가폭력 진상 규명’ 등과 같이 민감한 이슈가 담겨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우클릭’ 행보와는 결이 달라 대선 공약으로 확정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한편 이번 대선엔 원외 정당인 정의당과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가 결합된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도 출마한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권 후보도 대선 TV 토론에서 존재감을 알린 뒤 중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