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후 국민의힘은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9일 오후 6시 쯤 법원이 김 후보가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7명이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됐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계획했던 대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를 열 수 있게 됐고,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8시쯤 의원 총회를 소집했다.

김 후보와 한 후보 실무자 간 단일화 협상은 이날 오후 8시 30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첫 협상은 23분 만에 중단됐다. 김 후보 측은 국민 여론조사 100%와 역선택 방지 조항 배제를 요구했으나, 한 후보 측은 국민의힘 경선 룰인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와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요구했다.

9일 오후 10시 30분 양측이 다시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았다. 그러나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약 40분 만에 2차 실무협상도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대리인인 김재원 비서실장(왼쪽)과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대리인인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단일화 협상 관련 회동을 마치고 각각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한 후보가 전국민 앞에서 모든 단일화 절차와 방식을 다 양보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와서는 절대 양보 못 하겠다고 한다”며 “한 후보 측이 실질적으로 자기들 실속 차릴 궁리만 하면서 협상 깨는 일에 전력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총리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데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경선에 참여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김 후보 측이 경선 과정에서 승리한 방식을 그대로 동의하겠다고 했는데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해서 협상이 결렬됐다”고 했다.

단일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자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 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10일 0시가 되자 비상대책위와 선거관리위를 동시에 열어 ▲대통령 선출 절차 심의 요구 ▲김문수 후보 선출 취소 ▲한덕수 후보 입당 및 후보 등록 등 안건에 대한 의결 절차에 착수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밤새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 후보자가 등록하는 절차까지 다해야 한다”며 “한 후보가 입당 원서를 제출하면 비대위 의결이 필요하고, 그다음 새로운 대통령 후보 선출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는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비대위 의결 등으로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는 당헌 74조2항을 근거로 들었다. ‘중앙선관위 후보 등록 마감일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86.7%를 차지했다는 지난 7일 당원 대상 조사 결과가 ‘상당한 사유’로 제시됐다. 또 지난 8~9일 이뤄진 당원 및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중앙선관위 결정에 따라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한 후보가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10일 새벽 당 홈페이지를 통해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고 공고했다. 곧이어 대통령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통해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 후보 신청 등록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10일 새벽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공고된 김문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선출 취소 공고문./뉴스1

9일 밤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대선 후보의 재선출 여부 결정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비대위에 위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비대위가 안건에 대한 의결 절차가 완료하면, 10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11일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후보가 지명한다는 게, 국민의 힘 지도부의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후보 측은 후보 교체 절차 돌입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10일 중앙선관위에 당 대선 후보로 등록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직선거법상 정당 후보자는 당 대표 직인이 찍힌 추천서를 중앙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미 후보 교체 절차에 돌입한 만큼 후보 등록에 필요한 절차를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