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압박하고, 이 후보 사법 리스크 제거를 위한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모습 등은 사실상 ‘이재명 대통령 시대’에 대한 예고편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행정부·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하게 돼, 2028년 4월 총선까지 별다른 견제 없이 국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대규모 사정 정국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건희·명태균 특검법’ ‘내란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이 법안들이 통과·시행되면, 윤석열 행정부 인사들과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 후보는 “정치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말하면서도 ‘내란 잔당’ ‘내란 종식’이라는 표현은 계속 쓰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전(全) 부처 적폐 청산 식으로 공무원들을 공포에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 여러 개를 동시다발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보수 진영의 씨를 말리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 이후엔 ‘사법 내란’이라는 말도 썼다. 그러면서 이 후보 재판에 참여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대한 탄핵·특검·청문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8일 조 대법원장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장악이 생각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이라며 3차례 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인사 등으로 사법부를 압박했다. 수년이 지나 줄줄이 무죄가 났지만, 사법부 장악에 성공한 뒤였다. 현재의 민주당 의도도 조 대법원장을 압박해 스스로 물러나게 하고, 입법부·행정부에 이어 사법부까지 ‘친민주당’으로 만들겠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입법에 제동 걸 견제 장치 전무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170석 민주당은 사실상 ‘입법 프리패스’를 얻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 맞춤형 법안들이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단서 조항에는 ‘피고 사건에 대하여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그러지 아니한다’고 적었다. 다시 말해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할 생각이면 재판이 중단되지만, 무죄를 선고할 거면 계속 진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같은 날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250조 1항) 부분 중 ‘행위’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는 처벌할 수 없게 하는 개정안도 처리했다. 이재명 후보가 ‘고(故) 김문기씨 동반 골프’ ‘백현동 사업’ 관련 자신의 ‘행위’에 대한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선고를 하자 이런 법안을 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셀프 면소(免訴·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를 할 수 있게 이 법안은 ‘공포 즉시 시행’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자 ‘대법관 14명→30명 증원’(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원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 포함’(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등의 법안도 발의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관을 친민주당 인사로 채워 사법부를 장악하고, 마음에 안 드는 법원 재판은 불복할 수 있게 해 법원 권위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반기업 법안으로 기업 옥죄기

이 후보는 ‘경제’와 ‘성장’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경제계에선 “발표하는 정책들을 보면 반(反)기업적인 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게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다. 경제계는 기업의 성장 의지를 꺾고 사모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에 노출되기 쉽다며 반대하지만, 이 후보와 민주당은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8일 경제 단체들과 만나 기업 상속세 완화에 반대 입장도 밝혔다. 반면 이 후보는 지난 6일 한국노총에서는 노조가 파업 등을 하다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포퓰리즘성 재정 풀기 가능성

이 후보는 지난 4월 ‘기본 소득’에 대해서 “당장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최근 전국을 돌면서 다시 기본 소득을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 7일 “농어촌 기본 소득도 어렵지 않다”며 “도(道)가 지원하고, 중앙 정부가 지원해서 1인당 월 15만~20만원 정도 지역 화폐로 지급해 주면 갈치조림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퍼주기냐. 국민이 낸 세금”이라고 했다.

앞서 이 후보는 아동 수당(월 10만원) 지급 연령을 현행 만 8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까지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에 약 8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들 것이라고 민주당은 추산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중도층 표심 공략 차원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근로소득세 등과 관련해 여러 감세 정책을 내놨다. 세수는 적은데 국가 재정은 더 쓰겠다는 얘기로, 국가 재정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