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대선후보가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자신에 이어 발언한뒤 퇴장하자 자신도 의총장을 나가고 있다. 뒤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쳐다보고 있다./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후보로 만들기 위한 단일화에 불과해서 응할 수 없다”며 “저를 믿어달라, 제가 나서서 이재명을 이기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당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처음으로 이날 의총에 참석했다. 김 후보는 단상에 올라와 “우리 자랑스러운 국민의힘의 존경하는 의원님들 정말 사랑한다. 여러분의 절대적 도움으로 제가 5월 3일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며 “감사 인사를 드리고 대선에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의원들을 향해 손으로 큼지막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이어 김 후보는 “사정을 말씀드리고 제 심정을 밝히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김 후보는 “5월 3일 전당대회가 끝난 당일 저녁 7시에 선거 사무소를 찾아주신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님. 그리고 사무총장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말씀드리고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지명해달라고 했더니 ‘연휴가 끝나는 7일까지 단일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와 놀랐다”며 “연휴 중에 저를 뽑고 연휴 끝나자마자 그 다음날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책임있는 당직자께서 할 수 있는 말이냐”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나자 의원들이 김 후보의 퇴장을 말리고 있다./뉴스1

김 후보는 “입당도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우리 후보로 상정해서 그가 기호 2번을 달고 우리 자본으로 선거 운동을 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7일까지 단일화해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우리 당이 그날 전대에서 선출된 제가 후보가 아니라 입당도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위해 모든 실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그럼 경선에 참여한 많은 후보는 무슨 존재냐.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고 무소속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을 동원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당헌당규 위반이자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반민주주의 행위로 즉각 중단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문수 대선 후보의 '작심 발언'을 들으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김 후보는 “단일화는 우리 자유 진영의 단일대오를 구성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지금은 당이 저를 끌어내리고 선거에서 한번도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만들려는 것일 뿐”이라며 “이런 단일화에 제가 응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이재명(민주당 후보)을 이기기 위해서 해야되는데, 저는 이재명과 여론조사에서 여러차례 승리한 적도 있고 한덕수 후보와 경쟁력 조사에서 한덕수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재명은 불법 부당한 독재자이고, 우리가 반이재명 체제 전쟁의 중심이 되려면 우리 스스로 합법적인 정치를 해야한다. 당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는 저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한 단일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김 후보는 “저를 믿어달라. 내가 나서서 이기겠다. 함께 갑시다”라는 말로 발언을 마쳤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비대위원장, 김 후보, 권성동 원내대표. 김 후보는 지도부를 향해 "무소속을 당 후보 만들려 불법부당 수단 동원, 중단하라"며 입장을 밝힌 뒤 의총장을 떠났다./뉴스1

김 후보의 이같은 발언에 앞서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님께 과격한 발언했던 점을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한다”고 했던 권 원내대표는 쓴웃음을 지었고, 이양수 사무총장은 눈을 감았다.

김 후보에 이어 단상에 올라온 권 위원장은 “김 후보님이 오늘 이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하지만, 발언하신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 의원들이 기대했던 내용과 완전 동떨어졌다. 긴 말씀 안 드리겠다. 지도자라면, 특히나 더 큰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권 위원장이 의총장을 떠나자 김 후보도 곧이어 의총장을 떠났다. 이 모습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혼자 와서 떠들려고 했으면 뭐하려 의총장에 왔느냐” “의원들 얘기하는 것 듣고 가야지!” 등을 외치며 항의했으나 김 후보는 의총장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