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가 7일 회동에서 후보 등록 마감일(5월 11일) 전 단일화에 합의하지 못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마련한 단일화 로드맵을 두 후보에게 제안하기로 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당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에서 ‘후보 등록 마감 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응답은 86.7%였다. 그런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는 조속한 단일화 절차에 돌입할 명분이 생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8일 오후 김·한 후보 양자 토론을 한 뒤 곧바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해 9일 단일 후보를 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단일 후보를 최종 지명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 후보 측은 이에 강력 반발했고 그를 지지하는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당대회 등 소집 공고를 낸 것과 관련해 법원에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밤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원의 80% 이상이 ‘후보 등록 마감일 전 단일화’를 지지한다면 당원들의 총의는 충분히 확인된 것”이라며 “8일 오후 일대일 토론과 그 이후 양자 여론조사까지 후보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신 대변인은 “후보들 사이에서 협의를 통해 단일화 원칙이 타결되면 다른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아직 직접 요구가 온 게 아니기 때문에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고, 한 후보 측은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연 뒤 단일 후보 선출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8일 오후 6시 김·한 후보가 참여하는 유튜브 생중계 토론을 하고, 그 직후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 들어가 9일 오후 4시 투표와 여론조사를 끝내겠다고 했다.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는 50%씩 반영되며, 여론조사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참여해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후보를 고르는 역선택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근 발표된 김·한 후보 단일화 관련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면 한 후보가 김 후보를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 측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 동의 없이 단일 후보 선정 절차를 강행하면, 당헌에 규정된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저지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대선 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단일화 절차 강행을 저지하고, 당 지도부가 이에 불응할 경우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을 내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 후보를 지지하는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소집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개최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미 8~11일 중 전국위원회를, 10~11일 중 전당대회를 소집해 놓았다. 만약 한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되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새로 지명해야 해 전당대회를 다시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밤 11일 전당대회를 대체하는 전국위원회를 열어 단일 후보를 최종 지명하겠다고 했다. 단일 후보 선출 경선을 관리할 선거관리위원장에는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위촉됐다. 국민의힘이 경선 선관위를 다시 가동한 것은 만약 김 후보 측이 낸 가처분이 인용돼 전국위원회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하려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당헌은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당 선관위 심의와 비대위 의결로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한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8일 추가 회동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혹시라도 기술적으로 협의가 필요하다면, 당의 공식 후보가 된 김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룰을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하는 것을 선호한다면 그렇게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은 “당 지도부 로드맵대로 가면 단일화의 감동은 사라진다”며 “두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화를 만들어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