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오전 경북 구미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세계 최빈국에서 10대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한 바탕을 마련해 주신 분”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해 우리나라가 그렇게 설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축복이었다”고 했다.

한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마련된 추모관을 찾아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부부 영전에 헌화·분향한 뒤 이같이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0년 공직 생활을 시작한 한 후보는 “제가 경제기획원(기획재정부의 전신)에서 근무하면서, 박 대통령이 매달 (경제기획원을 직접 방문해) 경제 동향과 수출 동향을 직접 보고받으시고, 제가 (비서로) 모셨던 남덕우 경제부총리님 집무실에서 각료 몇 분과 소탈한 점심을 하시던 것을 잘 기억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방명록에 “경제 기적 첫발을 떼신 대통령, 제가 모신 첫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님의 뜻을 영원히 마음속에 새기고 간직하겠다”고 적었다.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8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을 방문해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한 후보는 이어서 박 전 대통령 생가를 둘러보고, 박 전 대통령을 접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다. 한 후보는 “1974년 남덕우 경제부총리(훗날 국무총리 역임) 수행 비서였는데, (박 대통령이 매달 경제기획원에 직접 와서 경제 동향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었다. ‘통치권자가 저런 행정과 인사를 할 수 있나’ 하고 정말 놀랐다”고 했다.

한 후보는 “한 달에 한 번 (박 대통령에게) 경제 동향을 보고하는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한 편, 상공부(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가 한 편에서 논리적인 싸움을 많이 했고, 그럴 때마다 박 대통령이 딱 결정했고, 끝나면 반드시 함께 식사를 했다”고 했다. 또 “장관들도 대통령을 만나기 어렵고, 장관이 (재직 중에) 대통령을 한 번도 독대하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남 부총리가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게 ‘청와대에 전화해서 지금 대통령 뵐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곤 했고, 그러면 청와대는 한 번도 안 된다 하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경제부총리 보고를 받고 한 번 결정하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경제부총리 중심으로 해나가게 했다”고 했다.

한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수시로 경제부총리의 보고를 받고, 경제 현안에 대한 대책을 함부로 바꾸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 정책을 폈다고 회고했다. 한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때는 농민이 전 국민의 40%가 넘었고, 농민 표가 선거에서 절대적이었다. 당시 (추곡수매 제도로) 국가가 쌀을 농민에게 비싸게 사서 다른 국민들에게 싸게 팔았는데, 그러면 적자가 났고 한국은행이 이를 메우기 위해 통화를 발행하면 1년에 25%씩 물가가 올랐다. 그래서 박 대통령에게 ‘이 제도를 유지하면 물가가 계속 올라 사회적 약자만 고통을 받게 된다’는 보고가 올라갔고, 박 전 대통령이 쌀 수매·판매 가격을 조정해 물가 상승을 억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정치인으로서는 정말 따르기 힘든 일인데, 박 전 대통령이 결단을 했다”고 했다.

한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결정과 비교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 개정도 비판했다. 민주당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고 남는 쌀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두 차례 통과시켰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 후보가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돼 폐기됐다. 그러나 같은 내용으로 세 번째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한 후보는 “요즘은 남는 쌀을 사라는 법을 (민주당이) 계속 만들어서 정부에 보내는데, 이러면 2030년에는 매년 적자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이 나게 돼 있다”며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젊은 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지, 소비도 안 되는 쌀을 국가가 강제로 사도록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정책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정치인과 당이 있다. 국리민복은 저리로 가버리고, 그냥 표 되는 거라면 무조건 이야기하고, 오늘 한 말을 내일 바꾼다”고 했다. 한 후보는 “박 대통령이었으면 어림없었을 일이다. 이것이 나라를 살리는 리더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