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범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당 지도부가 정면 충돌했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가 이날 밤 입장문을 통해 “내일(7일) 오후 6시 한덕수 무소속 후보를 단독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하고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낮 “7일 당원들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당원 여론을 들어 관련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고, 김 후보는 이에 반발해 대구·경북 방문 도중 일정을 취소하고 상경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가 한 후보와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후보는 이날 밤 입장문을 통해 한 후보와 만남 계획을 밝히고 “이 약속은 후보가 제안했다.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또 “함께 경선에 참여했던 모든 후보들을 따로 만나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당무 우선권 발동’이라면서 “(권영세 위원장이) 내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불필요한 여론조사는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후보가 주도한다”고 했다.
김 후보의 이런 입장은 조속한 단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다수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단일화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보인다. 이날 권영세 위원장은 후보 등록 시한(5월 11일) 전에 후보 단일화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7일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조속한 단일화에 미온적이라고 보고 김 후보 뜻과 관계없이 당원 뜻을 수렴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날 밤 김 후보를 만나기 위해 서울 봉천동 김 후보 자택을 찾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두 분(김·한 후보)이 만나서 단일화에 대해 합의를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당 지도부는 단일화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김 후보 요구와 관련해서는 “단일화가 되면 지도부가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정면충돌한 지점은 단일화 시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 시한인 오는 11일 전에 김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단일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후보 측에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오는 25일 전까지 단일화를 성사시켜도 된다고 맞서고 있다. 김·한 두 사람이 각자 후보 등록을 하고 레이스를 벌이다가 투표용지 인쇄 전에 한 사람이 사퇴하는 식으로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25일까지 단일화 문제를 끌고 가면 성사되더라도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또 이럴 경우 김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기호 2번을 달고 대선을 뛰지만, 한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될 경우 무소속 신분이라 기호 2번을 쓸 수 없다. 국민의힘이 무소속인 한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할 수도 없다. 경선 때 후보 선출 즉시 한 후보와 단일화 추진에 나서겠다고 했던 김 후보가 미적거리는 배경에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후보가 스스로 선거 레이스를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뜻 아니냐는 얘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밤 회동 후 비대위 회의를 열어 김 후보가 요구한 선대위 구성과 지도부가 원하는 단일화추진기구 구성을 의결하는 등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분란을 봉합하는 듯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 직후 오는 8~9일 사이에 전국위원회를, 10~11일 사이에 전당대회를 소집하는 공고를 내면서 갈등이 다시 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김 후보는 “당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개정해) 대통령 후보를 강제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권 위원장은 7일 모든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권 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목표한 시한(5월11일) 내에 단일화에 실패한다면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는 경북 경주 방문 도중 일정 중단을 선언하고 상경했다. 그런 그가 이날 밤 권 위원장에게 당원 여론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원 여론조사는) 이미 당원들에게 공지가 됐고 발표한 사안이기 때문에 지켜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