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어린이날이자 부처님오신날인 5일에도 범보수 진영 단일화론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자 일정을 소화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봉축법요식에서 만난 김 후보에게 “오늘 중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김 후보는 “곧 다시 만나자”고만 답하면서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선 완주 입장을 고수하는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서 빠지고 싶다”며 조계사 대신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
김·한 후보는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공식 행사 시작 전 대화를 나눴다. 지난 3일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대면이었다. 한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김 후보가)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쯤 말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 대화할 기회가 세 번쯤 있었다. ‘김 후보와 내가 만나야 할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정도라고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는 ‘오늘 한 후보를 만나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오늘 그냥 말씀만 들었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은 언론 공지에서도 “김 후보는 한 후보를 잠시 만났다”며 “그 과정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고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 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고 했다. 단일화 논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두 후보가 첫 회동 일정을 잡는 과정부터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김 후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어린이날 행사장을 찾아 어린이들과 만났다. 김 후보 아내 설난영씨도 이날 별도로 경기 지역 사찰과 어린이 박물관 등을 돌면서 김 후보를 지원했다. 김 후보 측은 6일에는 대구·경북을 찾아 현지에서 하루 숙박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날 단일화 추진을 위한 대표단을 구성했고, 공식 후원회도 발족했다. 저녁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식사를 함께했다. 한 후보는 손 전 대표가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내세운 구호인 ‘저녁이 있는 삶’을 거론하면서 “국민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는 말”이라며 “저는 ‘국민 동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개헌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큰 기반을 마련하고 3년 되면 반드시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6일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한 후보 측은 밝혔다. 한 후보 측은 “김 후보의 뜻에 따라 무력하게 끌려다니다 주저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한 두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각자 대선 공보물용 사진과 영상 촬영도 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공보물 제작을 위해서는 오는 7일까지 업체에 발주를 맡겨야 하는데,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없자 두 후보 모두에게 사진·영상 촬영을 주선했다고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날 대구 동구 동화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회에 참석했다. 김·한 후보가 참석한 조계사 행사에는 이 후보 대신 천하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동화사를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단일화 얘기가 부처님오신날 법당을 배경으로 오가는 것을 보고 저는 그런 논의에서 좀 빠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장관(김 후보), 총리(한 후보)를 지낸 분들이 ‘윤 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과 어울려 단일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며 “저는 그들과 단 한 치도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오후에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간담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