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육조마당에서 열린 가족 동행 축제 '펀펀한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블럭 모자를 만들고 있다.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합장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오른쪽)가 5일 오전 대구 동구 동화사 통일대불광장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대법회에 참석해 의현 스님과 관불 의식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어린이날이자 부처님오신날인 5일에도 범보수 진영 단일화론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자 일정을 소화했다. 한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봉축법요식에서 만난 김 후보에게 “오늘 중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김 후보는 “곧 다시 만나자”고만 답하면서 단일화 논의를 위한 회동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대선 완주 입장을 고수하는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서 빠지고 싶다”며 조계사 대신 대구 동화사를 찾았다.

김·한 후보는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공식 행사 시작 전 대화를 나눴다. 지난 3일 김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대면이었다. 한 후보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에게 ‘오늘 중으로 (김 후보가)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만나자’고 세 번쯤 말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김 후보와 대화할 기회가 세 번쯤 있었다. ‘김 후보와 내가 만나야 할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며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했고 ‘네’ 정도라고 했다”고 전했다.

조계사에서 손은 잡았지만… ‐ 김문수(오른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후보는 ‘오늘 한 후보를 만나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오늘 그냥 말씀만 들었다”고 했다. 김 후보 측은 언론 공지에서도 “김 후보는 한 후보를 잠시 만났다”며 “그 과정에서 서로 인사를 나눴고 ‘곧 다시 만나자’는 덕담이 오갔다. 그 외 다른 발언은 없었다”고 했다. 단일화 논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두 후보가 첫 회동 일정을 잡는 과정부터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후 김 후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어린이날 행사장을 찾아 어린이들과 만났다. 김 후보 아내 설난영씨도 이날 별도로 경기 지역 사찰과 어린이 박물관 등을 돌면서 김 후보를 지원했다. 김 후보 측은 6일에는 대구·경북을 찾아 현지에서 하루 숙박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이날 단일화 추진을 위한 대표단을 구성했고, 공식 후원회도 발족했다. 저녁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식사를 함께했다. 한 후보는 손 전 대표가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 내세운 구호인 ‘저녁이 있는 삶’을 거론하면서 “국민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는 말”이라며 “저는 ‘국민 동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개헌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큰 기반을 마련하고 3년 되면 반드시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6일에는 이낙연 전 총리와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한 후보 측은 밝혔다. 한 후보 측은 “김 후보의 뜻에 따라 무력하게 끌려다니다 주저앉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한 두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각자 대선 공보물용 사진과 영상 촬영도 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공보물 제작을 위해서는 오는 7일까지 업체에 발주를 맡겨야 하는데,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없자 두 후보 모두에게 사진·영상 촬영을 주선했다고 한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이날 대구 동구 동화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회에 참석했다. 김·한 후보가 참석한 조계사 행사에는 이 후보 대신 천하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중 유일하게 동화사를 찾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 물음에 “단일화 얘기가 부처님오신날 법당을 배경으로 오가는 것을 보고 저는 그런 논의에서 좀 빠지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장관(김 후보), 총리(한 후보)를 지낸 분들이 ‘윤 어게인’을 외치는 사람들과 어울려 단일화를 말하는 것 자체가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며 “저는 그들과 단 한 치도 함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 후보는 오후에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간담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