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보수 진영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 후보 간 후보 단일화 논의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었다. 이 때문에 김 후보가 3일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되면서 단일화 협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양측은 5일에도 협상 채널을 구축하지 못했다.

한덕수 후보는 5일 후보 단일화 추진 대표로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 모두 한 후보 측근이다.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해온 한 후보의 협상 의지를 반영한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오전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 박계동 전 의원을 협상 대표단으로 내정하려다가 보류했다. 김 후보가 국민의힘 사무총장에 내정한 장 의원 인사를 국민의힘 지도부가 미루면서 김 후보도 협상단 구성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실장은 총리실 민정실장을 거쳐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한 후보의 복심이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손 전 실장은 한 후보가 총리직에서 사퇴하기 직전에 먼저 비서실장직을 사직하고 나와 한 후보 대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 측 인사들과 물밑 접촉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호 교수는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사회학자다. 여론조사 등 데이터 분석에 밝다고 한다. 한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김 교수를 협상 대표로 내세웠단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한 후보의 후원회 회장도 맡았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대선 경선 출마 선언 때부터 김 후보의 독자 노선을 주장해온 ‘자강론자’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김 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김 후보의 자기희생적 결단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며, 단일화 작업도 김 후보의 주도 아래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계동 전 의원은 5·3 인천 사태 등 김 후보와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사이다. 장동혁 의원은 김 후보의 경선 캠프 총괄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판사 출신으로 유연하고 협상에 밝다는 점을 김 후보가 평가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다수 의원은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5월 11일) 전에 단일화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과 여론조사에 최소 2~3일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7일까지는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 대해 두 후보가 합의해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측 협상단이 빨리 가동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