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은 뒤,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백업 후보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가 법원 판결로 후보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에 대비해 백업 후보를 ‘플랜B’로 준비해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리앙과 이 후보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백업 후보 관련 글이 여럿 올라왔다. 주장의 요지는 “민주당의 후보는 오로지 이재명뿐이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이재명의 강한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인물이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대선 후보 등록을 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구체적으로 추미애 의원, 정청래 의원, 김민석 최고위원, 박찬대 원내대표 등의 이름이 ‘백업 후보’로 거론됐다. 모두 친명 지지자들의 강한 지지를 받는 인사들이다.
백업 후보를 무소속 대신 조국혁신당의 후보로 등록하면 된다는 말도 나왔다. 조국혁신당은 대선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상태다. 무소속 후보는 후보 기호가 한참 뒤로 밀리지만, 원내 제3당인 조국혁신당 후보는 앞 순번 기호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백업 후보 얘기가 나오는 건, 이 후보가 오는 10~11일 대선 후보로 등록한 뒤에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으로 돌아간 이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대선에 나설 수 없다. 후보 등록 기간이 지나면 새로 후보를 등록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백업 후보’를 미리 등록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뿐만 아니라, 민주당 주변에서도 이런 백업 후보 관련 논의가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일 선고 나온 직후부터 ‘정청래든 추미애든 무소속으로 빼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누구든 최악의 상황은 대비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백업 후보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 후보 측은 “법원이 아무리 ‘사법 쿠데타’를 도모해도 대선 전에 파기 환송심과 대법원 확정 판결이 모두 나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백업 후보는 말도 안 되는 분탕질 수준의 주장”이라고 했다. 민주당 다른 인사도 “조금씩 불안한 마음은 있어도 공식적인 논의 자리에서 백업 후보를 언급하는 순간 이 후보에 대한 ‘역모’가 될 수밖에 없다”며 “누가 감히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지난 5일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재명의 대타를 모색하는 소위 ‘플랜B’는 사법 쿠데타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플랜B 모색을 하기 전에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게시판에서도 백업 후보가 필요하다는 글에 찬성보다는 반대 댓글이 많이 달린 상태다. “지금은 돌아갈 다리도 불살라야 한다”, “재판관 다 (탄핵으로) 날리면 되지 왜 백업이 필요한가, 조희대랑 대법관들 다 날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 후보의 팬카페에는 “후보 교체, 플랜B 없다. 오직 이재명”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백업 후보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불안감이 크다는 것”이라며 “적어도 후보 등록이 끝날 때까지는 계속 백업 후보 얘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