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국립5.18민주묘역을 참배하려다 시민단체 반발로 입장이 막히자 "나도 호남사람입니다"라고 외치고 있다./뉴스1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는 “취임 첫해에 개헌안을 마련하고, 2년 차에 개헌을 완료하고, 3년 차에 새로운 헌법에 따라 총선·대선을 실시한 뒤 곧바로 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임기 단축 권력 분산형 개헌을 고리로 대선 승리 연합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전날 총리직을 사임한 그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에 개헌에 성공하지 못하면 누가 집권하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불행이 반복될 따름”이라며 “많은 정치인이 개헌을 약속했지만,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권력을 목표로 살아온 정치인은 개헌을 완수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공직 외길을 걸어온 제가 신속한 개헌으로 헌정 질서를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면서 “대통령과 국회가 견제와 균형 속에 힘을 나눠 갖는 것,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의 정치화가 다 같이 사라지게 만드는 것, 협치가 제도화되고 행정이 효율화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개헌”이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이 돼 글로벌 통상 전쟁에도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저는 우리나라 첫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고 경제부총리, 국무총리에 이어 주미 대사를 지내며 수많은 통상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며 “이 일을 가장 오래 해온 사람, 가장 잘할 사람이라고 자신한다”고 했다.

오세훈과 '약자 동행' 함께하는 한덕수 - 6·3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종로구의 주민 공동 시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포옹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한 전 총리는 “보수 혼자 산업화를 이루지 않았고, 진보 혼자 민주화를 이루지 않았다. 우리가 이룬 것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온 국민 모두의 공적이고, 그 열매도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며 국민 통합도 내걸었다. 한 전 총리는 “차관급 이하 인사는 부총리와 장관이 책임지고 발탁하도록 하겠다”며 책임 장관 제도도 공약했다. 또 “저에게 쓴소리하시는 분들, 대선에서 경쟁하시는 분들을 삼고초려해 거국 통합 내각에 모시겠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는 ‘한덕수 정부’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정부, 바로 ‘여러분의 정부’”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질의·응답에서 “통합과 협치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는데, 이는 현재의 헌법 갖고는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국회가 충돌할 때 그걸 조정할 수 있는 기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며 개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후보 등과의 단일화에 관해선 “헌법 개정에 찬성하는 분과는 어느 누구라도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계엄·탄핵으로 인한) 국민의 충격과 좌절, 어려움에 대해 여러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면서도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제대로 된 제도 개혁과 리더십으로 고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絶緣)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한 번도 제 철학을 꺾어가면서 대통령들의 생각에 따라본 적은 없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이 최상목 경제부총리 탄핵소추를 시도한 것에 대해 “정치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이 되면 2주에 한 번씩 기자회견을 하고 야당 대표, 노조, 기업, 시민단체 관계자와도 2주에 한 번씩 만나겠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출마 선언 후 한 전 총리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과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한 전 총리는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서울 돈의동 쪽방촌을 돌아봤다. 한 전 총리는 “사회 통합을 하려면 중요한 것은 약자와 동행하려는 기본 자세”라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이후 인근 식당에서 오 시장과 순댓국으로 점심을 하면서 오 시장의 서울 시정(市政)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을 공약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오후엔 광주(光州)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로 향했다. 그는 “광주는 우리 모두가 가슴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곳”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보이고, 희생자 분들의 마음의 응어리를 제일 먼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란 주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에 가로막혀 참배를 하지는 못했다. 한 전 총리는 시위대를 향해 “저도 호남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 미워하면 안 된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