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오른쪽)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05.02 /박성원기자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일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개 일정으로 서울 종로구 쪽방촌을 찾았다. 이곳에서 한 전 대행은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웠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회동했다.

이날 오후 한 전 대행은 서울 돈의동 쪽방촌을 찾아 오 시장과 함께 주민 공동 시설을 둘러본 뒤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오찬을 했다. 순댓국을 사이에 두고 오 시장과 마주 앉은 한 전 대행은 “(앞으로 공개할) 공약에 오 시장께서 내세웠던 약자와의 동행을 대폭 좀 포함을 시켜도 되겠냐”고 했고 오 시장은 “물론이다”라고 화답했다. 오 시장은 “제가 출마는 못 하지만 제가 준비한 정책은 출마를 시키겠다”며 “어떤 후보라도 서울시가 시행하던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상세한 내용이 필요하면 다 드리겠다. 선점하는 게 임자”라고 말했다.

한 전 대행은 이날 지난 2023년 오 시장과 협력해 청소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새벽 버스 시간을 15분 앞당긴 사례도 언급했다. 한 전 대행은 “상계동에서 서초동까지 가는 146번 버스가 있었다”며 “이용하시는 분들이 15분만 좀 빨리 떠나는 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시장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하게 응해주셨다”고 말했다. 한 전 대행이 총리직을 맡았던 지난 2023년 1월 그는 오전 4시 5분에 출발하는 146번 새벽 버스 첫차 시간을 오전 3시 50분으로 15분 앞당겼다. 당시 서초 일대로 출퇴근하는 청소 노동자들이 출근 시간을 고려해 첫차 시간을 앞당겨달라고 요청했고 한 총리가 오 시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부탁해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식당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5.02 /박성원기자

오찬 회동 이후 한 전 대행은 기자들과 만나 쪽방촌을 첫 공개 일정으로 고른 이유에 대해 “사회적 통합을 하려면 중요한 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기본 자세”라며 “오 시장이 그동안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슬로건 아래서 많은 일들을 해오셨다. 중앙 정부 차원으로 확대해 저의 공약으로 채택해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해 이곳을 함께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한 전 대행은 향후 복지 정책 방향성에 대해 보편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원을 똑같이 모든 사람에게 풀어주는 (방식이라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엔 재정이 많이 든다”며 “우리 복지 정책의 기본은 어려운 분들에게 지원하되, 지원받는 분들이 자기의 선호와 선택에 따라 쓸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의 가치와 약자와의 동행이 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정책”이라며 “서울시가 개발한 많은 정책을 저의 정책으로 더욱 검토하고 좋은 것은 과감하게 저희가 채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행은 쪽방촌을 둘러본 뒤 광주(光州)로 내려가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는 일정을 수행한다. 그는 “광주는 5·18 민주항쟁이라는 우리 모두가 가슴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며 “출마 선언 첫날에 5·18민주묘지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5·18이 갖는 전체 국민의 통합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광주 5·18 민주항쟁에서 희생된 분들이 많다. ‘정말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와 이분들(희생자들)이 가진 마음의 응어리를 우리가 제일 먼저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했다. 한 전 대행 고향은 전북 전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