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9일 발표한 대선 후보 2차 경선 결과 김문수·한동훈 후보가 3차 경선에 진출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고, 한 후보는 탄핵에 찬성했다. 27~28일 이틀간 진행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합산한 결과 후보 4인 가운데 탄핵 반대·찬성 세력의 강한 지지를 각각 받아온 두 후보가 결선에 올랐다.
하지만 두 후보는 이날 탄핵과 관련한 논쟁을 벌이지 않았다. 두 후보는 대신 “힘을 모아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1인 독재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가 임박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결선 후보들도 탄핵 찬반 논쟁을 뛰어넘어 ‘반(反)이재명’을 내걸고 단일대오 만들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3차 경선 진출자 2인을 발표하면서 “과반 득표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1차 예비 경선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후보 4인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내달 3일 발표되는 3차 결선 투표 때는 국민의힘 당원·지지자들이 탄핵 찬반 여부를 넘어 누가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느냐를 선택 기준으로 삼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탄핵에 대한 입장 차를 보여온 김·한 후보도 이날은 한목소리로 ‘반이재명 연대’를 강조했다. 김 후보는 결선 진출 후 “우리는 뭉쳐야 이긴다”면서 “누구라도 손잡고 반드시 이재명 독재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의 협력”도 강조했다. 한 후보도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면 앞장설 것이고 다른 분이 후보가 되더라도 바로 뒤에서 밀겠다”고 했다. 한 후보는 “저와 김문수 후보는 조금 다르지만, 2인 3각으로 이재명에 맞서야 한다”며 “남은 경선 과정에서 김 후보를 동반자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범보수 진영이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채로는 이재명 후보를 꺾기 어렵다는 점을 두 후보 모두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한 후보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4일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직전 윤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불렀다면 저는 절대로 반대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여러 차례 “아버지가 불법 계엄을 해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최근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사죄한 것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바람직하다”고 했다.
두 후보의 이런 태도는 갈라진 범보수 진영을 반이재명 단일 대오로 묶으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22년 대선 때 윤석열 전 대통령을 찍었지만 계엄·탄핵 사태로 갈라진 유권자들을 하나로 결집하려면 탄핵 찬반 논란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당심과 민심은 범보수 진영이 계엄·탄핵의 강을 건널 비전과 미래를 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두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이런 당심과 민심에 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김·한 후보는 조만간 사임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한덕수 대행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한 의지도 내보였다. 김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후보에 맞서기 위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사람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 후보도 “후보로 확정되고 난 이후에 여러 방향으로 힘을 모을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차원에서 후보들이 윤 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국민의힘 1·2차 예비 경선을 통해 범보수 진영의 세대·인물 교체가 일정 정도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에 여러 차례 도전한 안철수 의원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원내대표를 지냈고 당대표 경선에도 출마했던 나경원 의원 등 중진급 인사들이 경선에서 중도 탈락한 것이다. 반면 결선에 진출한 김 후보는 2014년 경기지사에서 퇴임한 후로 10년 넘게 ‘선출직 휴지기(休止期)’를 거쳤다. 한 후보는 이번이 첫 대선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