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면서 국무총리를 지낸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 묘역도 참배했다. 박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산업화로 대표되는 한국 근대화 신화를 쓴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때 국무총리도 지냈다. 이 후보가 박 전 회장 묘역을 참배함으로써 ‘경제 성장’과 ‘통합’의 메시지를 동시에 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이 후보의 박 전 회장 묘역 참배와 관련해 “후보의 즉흥적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후보는 “박 전 총리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통합’ 정권이 (낳은) 일종의 옥동자로 아름다운 열매 같은 존재여서 묘소를 둘러봤다”고 참배 이유를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에 4개월여간 총리를 지냈다.
이 후보가 박 전 회장 묘소 참배를 통해 중도·보수 유권자들에게 ‘경제 성장’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회장은 박정희 정권 때 영일만 백사장에 포스코(옛 포항제철)를 세운 한국 철강의 신화로 불린다.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제철소 건설에 뛰어든 그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을 말하며 “조상의 혈세로 짓는 제철소가 실패하면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며 직원들을 독려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게 1973년 포항 제철소는 준공됐고, 포스코는 세계 선두 철강사로 자리하고 있다.
이 후보가 박 전 회장을 통해 ‘국부펀드’나 ‘국민펀드’를 활용해 K엔비디아를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비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후보의 K엔비디아 생각에 보수 정치인들은 “공상 소설” “우클릭으로 포장한 사회주의” “시장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헛발질” 등의 비판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한 민주당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국가 지분으로 기업을 성장시킨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