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꼭 껴안고… - 국민의힘 윤상현(오른쪽) 당선자가 지난해 10월 한 지지자와 포옹하고 있다.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 야당 지지자들은 윤 당선자가 5차례 연속 당선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그의 친화력만큼은 인정한다. /윤상현 의원실

“저 민주당 지지잔데요. 윤상현이 저희 엄마한테 누님이라고 합니다. 제 동생 결혼식에 오더라고요. 정말 징글징글해요.”

국민의힘 윤상현(62) 의원이 4·10 총선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당선되자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다른 커뮤니티에는 “친척이 거기 사는데 동네 주민들 이름 다 알고, 경조사까지 챙겨요. 미친 XX 같음. 제물포역 급행도 뚫어주는 레전드임”이라는 글도 있다.

윤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50.4%(5만8730표)를 얻으며 더불어민주당 남영희(49.6%·5만7705표) 후보를 1025표 차로 꺾고 5선에 성공했다. 여당 험지로 분류되는 수도권 지역구에서 연속 5선을 한 것은 국민의힘에서 윤 당선자가 처음이다. 윤 당선자는 4년 전 총선에서는 공천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당시에도 남 후보를 171표 차로 이겼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정환(47)씨는 “국회의원 중에 장사하는 사람하고 형, 누나, 동생 하면서 안부 묻고 지내는 사람이 윤상현 말고 또 있나”라며 “당에 상관없이 안 찍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주민들과 호형호제하며 인간적 친분

윤 당선자가 지난 14일 저녁 용현시장에서 당선사례 인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 형님” “○○ 누님”이었다. 그는 웬만한 시장 상인의 이름과 신상을 알고 있었다. 윤 당선자는 시장을 1시간쯤 돌면서 만난 주민들이 주는 소주 두 잔과 막걸리 한 잔을 모두 받아 마셨다. 그는 “주민들이 나에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권하는 술은 웬만하면 다 마신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주민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 처음 만난 주민은 인사만 하고 지나치지 않는다.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을 묻고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저장해둔다. 다음 날에는 같이 찍었던 사진과 인사말을 문자메시지로 상대에게 보내주며 연락을 튼다. 또한 전화가 올 때 휴대전화 화면에 상대방의 얼굴 사진과 이름, 메모해둔 키워드가 함께 뜨도록 설정해뒀다. 이런 식으로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가 5만개 이상이라고 한다.

야당 지지자인 심모(53)씨는 “집 가까이 있는 옛 경인고속도로 구간에 공원과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윤 당선자와 자주 만나고 소통하다 보니 개발 사업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거란 신뢰가 생겼다”며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는 민주당에 투표했지만, 지역구는 윤 당선자를 뽑았다”고 했다.

◇길고양이 돌봐 달란 민원도 들어줘

윤 당선자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신속한 민원 해결 능력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미추홀구 숭의동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김효숙(76)씨는 “가게 앞 가로등에 갑자기 불이 안 들어와 밤에 노상 방뇨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난달 하순 금요일에 지나가던 윤상현 의원을 붙잡고 얘기를 하니 사흘 뒤 월요일에 바로 고쳐졌다”며 “난 호남 출신이지만 윤 의원이 별날 정도로 자주 찾아다니고, 문제도 잘 해결해주니 표를 안 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주민들의 민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즉시 시·구의원이나 담당 기관에 연락해 해결 방법을 찾는다. 윤 당선자 참모인 박상배 보좌관은 “윤 의원은 민원이 구청 등에서 해결이 안 되면 자기 인맥을 동원해서라도 해결해준다”며 “다음으로 미루는 일이 없고, 당사자에게 진행 결과도 100% 알려준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겨울에는 ‘가여운 길고양이를 살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인천시당에서 당직을 맡고 있는 수의사와 함께 논의한 끝에 동네 한적한 곳에 고양이 집을 설치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그 민원인은 총선을 사흘 앞두고 윤 당선자 유튜브 채널에 감사를 표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저는 솔직히 의원님에게 투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데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며 “작은 의견 하나에도 귀 기울여주고 길가의 작은 생명체를 살펴주는 그 마음에 의원님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왜 그렇게 지역 내에서 사랑받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 페이스북

◇1년 전부터 하루도 안 쉬고 지역 돌아

윤 당선자는 최대한 많은 주민과 소통하기 위해 총선을 1년 앞둔 시점부터는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지역을 돌았다고 한다. 윤 당선자의 선거 운동을 함께한 이관호 미추홀구의회 부의장은 “지역구에 있는 상가는 단 한 곳도 빠짐없이 돌았는데, 주민들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다 보니 한 바퀴 다 도는 데 1년이 걸렸다”며 “윤 당선자의 지역구 관리 방식을 다른 정치인들이 따라 한다고 해도 힘들어서 한 달도 못 버틸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자는 지역구 식당에 갈 때는 별도 방이 아니라 홀에서 식사를 한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주민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도 오전 7시, 9시, 11시 각기 다른 교회 세 곳에서 예배를 본 뒤 근처 순두부 식당에서 9000원짜리 백합 순두부를 먹었다. 새벽 기도를 위해 교회로 주민들이 모이면 오전 4시 30분부터 교회 앞에 나가 인사하고 함께 예배를 보기도 했다. 그는 먹는 내내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전화를 받고, 문자메시지에 답을 했다. 박상배 보좌관은 “주변에선 ‘윤 의원님은 재산도 많다는데,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사느냐’고 묻곤 한다”며 “곁에서 지켜보는 저 역시도 안쓰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올해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을 보면, 윤 당선자의 재산은 240억6000만원이다. 윤 당선자는 “대부분은 아내(신경아 대선건설 대표이사)의 재산”이라며 “이렇게 정치하는 것은 재산과 상관없는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지에서 당선됐다면 조금은 편해졌겠지만, 그 길은 가고 싶지 않다”며 “수도권에서 치열하게 정치하면서 내 나름대로 정치에 대한 개념 정의를 새롭게 하고 싶다”고 했다.